[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하자 마자 정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왼쪽 가슴에 단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근조 리본과 마스크 착용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면서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야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관계없는 구호와 리본을 달고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야 간사들이 협의해 국감을 원활하게 치르도록 마스크와 리본을 제거하는 게 맞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그 어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대장동은 부동산 관련이고 국민의 초관심사인데, 당연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마스크는 다른 상임위에서도 착용했고, 그 어떤 상임위에서도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제거를 요구하는 여당 의원의 요구는 과하다고 생각되며, 여야의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그대로 (회의 진행을) 해주실 것을, 간사 간 협의 없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마스크 착용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감 내내 이것 가지고 싸웠다"며 화살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한 의원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야당)주장이라면 제거해 달라고 하는 것은 민주당 주장"이라며 "마스크에 리본 달고 질의하면 대장동 이미지로 보이는 것도 하나의 주장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야당일 때 한 일을 잊으셨냐. 특검 주장도 못할 일이냐"며 "이 정도도 못 봐주겠다는 건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마스크를 쓰고 리본을 다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개인 자유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제가 덥다고 웃통 벗고 런닝셔츠로 앉아 있으면 그건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불쾌감을 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상갓집도 아닌데 근조 리본을 지금 달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무슨 상을 당했느냐"고 따졌다. 이어 "아니면 당이 해체되는 슬픈 일이 있는 건지"라며 비꼰 뒤 "몇 십 년 후 손자들이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창피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보고도 하기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회의가 지연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대장동 비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철저 수사 지시 진행 상항과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도둑 기소'를 언급하며 "운영위에서 물어볼 수 있고, 야당의 견제적 기능에 대해서조차 '보기 싫다'는 속좁은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항의했다.
전 의원이 아랑곳 않고 "인터뷰 녹취 등을 국정감사에서 못 하는 이유가 뭐냐"며 "인터뷰 재생 못 하게 하고, 국민의힘이 검경수사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따지는 것이 용납 안 되는 거냐"고 따졌다. 이어 "이러니까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인터뷰 녹취 또는 영상재생 불가에 강력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위원장이 "음향이 있는 경우, 사실상 위원회의 증인 채택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게 운영위 관례"라고 부정 입장을 보였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저도 마스크에다 '김용판 허위사실 유포', 가슴에는 '윤석열 120시간 노동 망언' 달고 나올 수 있다"며 "여당이라고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는데 운영위가 정쟁으로 치닫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김병주 의원이 '국민의힘 해체냐, 상이냐'라고 한 데 대해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단군 이래 최대 특혜 비리이고, 국민 70%가 특검을 요구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깔아 뭉개는 민주당에 조의를 표한다"고 되돌려 갚았다. 이어 "특검법은 국회에서 발의하지만, 특별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국정감사에서 개인의 표현 자유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되자, 윤 위원장은 "내년 대선과 관련한 이슈 싸움을 하는 장소는 아니지 않냐"며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 정쟁을 끌어들이는 데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은 '마스크만이라도 벗어달라'고 요청하는데 양당 간사 간 결론이 날 때까지 잠시 감사를 중지한다"고 정회를 선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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