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놓고 여야가 확연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여당인 민주당은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높이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과나 반성 없는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2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임기 6개월을 남기고 마지막 시정연설을 하게 돼 감회가 깊다"며 "마지막까지 위기극복에 전념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더 큰 도약을 이뤄냈다"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 방역, 백신 접종률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각각 평화의 문을 여는 반전의 계기, 역전의 기회,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 낸 성과로 평가했다.
대신 "그늘도 많다"며 저출산, 노인 빈곤율, 자살률, 산재 사망률을 나열한 뒤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 문제이면서 개혁 과제"라며 "불공정과 차별과 배제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우리 정부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국회가 많은 힘을 모아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그러면서 "위기극복 정부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소명 또한 마지막까지 잊지 않겠다.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지켜본 여야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렸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예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아가자)'이라는 신조어를 이 정권의 콘셉트로 잡은 모양"이라며 "국민들은 제발 정권교체를 해달라고 아우성인데, 대통령은 오늘도 과거를 미화하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임기 6개월을 남겨둔 문 대통령의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도 역시나 자화자찬과 숟가락 얹기 일색이었다"며 "국민의 고통과 현실에 대한 공감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맞춰 대장동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습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회 존중을 본회의장 바깥에서 피케팅과 샤우팅으로 옹졸하게 반응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오늘의 부적절한 행동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며 코로나19를 극복할 예산 협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 시정연설과 관련해서도 "지난 4년6개월 동안 전쟁·경제·코로나19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정표를 담대하게 제시했다"며 "2022년 예산안에는 미래형 경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의지가 담겨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시정연설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기후위기 대응,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의지,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 등 문 대통령의 연설 주요 대목마다 수차례 박수를 보냈다.
한편 임기 5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관례적으로 정부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추경예산에 따른 시정연설은 국무총리가 나눠 담당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12일, 2017년 11월1일, 2018년 11월1일, 2019년 10월22일 등, 2020년 10월28일 등 총 다섯 차례의 국회 시정연설을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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