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 성사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 방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를 계기로 정체됐던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29일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각각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은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8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다음달 교황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방북을 제안 받고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교황의 방북 논의도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졌다.
문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한반도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한 번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교착 상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진전시킬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면담 일정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할 예정이어서 교황청과 대북 메시지를 조율할 가능성도 크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이 면담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교황이 만나는 것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런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기를 요청하려고 한다"며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관계 주무장관으로 적극 뒷받침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과 같은 날인 29일 교황을 면담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교황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등 교황이 한미 정상 간 간접 대화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한미 간 정식회담 혹은 약식회담이 성사되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연결고리로 한 대북 대화 촉구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종전선언 합의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이 한반도 대화 국면으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담과 관련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8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논의가 김 위원장의 초청 의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실제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선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모두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교황이 방북을 하게 되면 종전선언을 뛰어넘는 한반도 평화선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이번 유럽순방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종전선언 입장 차이에 있어서 좀 더 한국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는 데 계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유럽 3개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29일 교황과의 면담 후 30일부터 로마에서 이틀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다음달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다. 2일에는 헝가리를 국빈 방문해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6월7일(현지시간)백악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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