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뇌졸중은 국내에서 심장질환과 함께 가장 많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뇌졸중은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몸의 혈관이 급격히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양측 내경동맥의 끝부분과 그 분지인 전대 뇌 동맥, 중대 뇌 동맥의 시작 부분에서 협착이 점차적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특히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률은 인구 100만명 당 1명 정도의 희귀질환이지만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모야모야병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1만3722명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00여명씩 늘어나고 있다.
모야모야병은 특이하게도 소아에서는 주로 뇌허혈이나 뇌경색으로 발병되지만 성인에서는 상당수에서 뇌출혈로도 발병되는 특징이 있어 소아와 성인의 뇌졸중 시에 이 질환이 반드시 감별진단에 포함돼야 한다.
발병 연령의 경우 10세 이하와 30~40세 사이의 두 연령층의 비중이 크다. 특히 7~9세 중심의 소아에서 발병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30대 성인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발병 시기에 따라 증상도 큰 차이를 보인다. 소아의 경우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뇌기능의 장애가 생기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흔히 나타난다. 또한 뜨거운 음식물이나 더운물을 식히려고 입으로 불거나 심하게 울고 난 뒤 팔이나 다리에 일시적으로 갑자기 힘이 빠지는 마비 증세가 특징적인 초기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두통도 흔한 증상이다. 주로 아침 시간대에 호소하며 구역감,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소아에게 뇌출혈은 드문 반면 30~40대의 성인은 첫 증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 위험성이 크다. 초기 증상이 뇌전증 발작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반면 간헐적인 두통 이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모야모야병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약물 치료는 없다. 하지만 신경학적 증상이 있으면서 영상검사에서 뇌혈류 감소가 확인될 경우 예방적 뇌혈관문합술을 시도하는 게 좋다. 두피·근육 등에 분포하는 혈관 및 조직을 이용해 혈류가 부족한 부위의 뇌혈관을 이어주는 수술로 대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중대한 뇌경색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 요인보다는 유전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 판단이다. 모야모야병이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흔하고 여성 환자가 많다는 점, 약 10~15%에서 가족력이 있다는 점 등이 모야모야병의 유전적 질환 근거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모야모야병 환자들의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을 실시한 결과 염색체 17q25.3에 위치한 RNF213이 모야모야병의 연관 유전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모야모야병을 예방하거나 병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뇌혈관이 좁아져 혈액 공급이 부족한 뇌허혈 증상이 발생한 경우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필요한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방법으로는 직접·간접 뇌혈관문합술과 둘을 병합한 복합 뇌혈관문합술이 있다. 직접문합술은 두피의 혈관을 뇌혈관에 이어주는 방법으로 즉각적인 혈류보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 수술 난이도가 높고 합병증 발생비율이 간접문합술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간접문합술은 두피에서 혈관이 풍부한 층(뇌막·근막·골막)을 떼어내 뇌 표면 위에 덮어 새 혈관이 자라나게 유도하는 방법이다. 수술 후 혈관이 생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직접문합술에 비해 수술 난이도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낮다.
모야모야병 진단에는 유전자 검사가 효과적이다. 모야모야병 유전자 검사 중 하나는 RNF213 유전자 검사로 직접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RNF213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함으로써 모야모야병을 진단할 수 있다. 또 뇌출혈, 뇌졸중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 조기에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약물 및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환자 및 가족 구성원에게 진단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면 급여로도 인정돼 환자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미나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모야모야병은 조기진단과 적기에 알맞은 치료를 통해 뇌혈관내 혈류를 개선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라며 "특히 젊은 나이에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RNF213 유전자 검사로 조기에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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