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하며 중국을 제치고 다시 수주 1위에 올랐다.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 들어 고수익 중심의 선별 수주에 집중하면서 지난 9월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는데, 한 달 만에 재탈환에 성공했다.
9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13만CGT 중 112만CGT(52%)를 수주했다. CGT는 수주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선박을 건조할 때 필요한 작업량을 말한다.
경쟁국인 중국은 같은 달 81만CGT를 수주하며 38% 점유에 그쳤다. 한국과의 점유율 차이는 14%포인트다.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 4월과 9월을 제외하곤 올해 내내 세계 수주 1위 자리를 유지한 바 있다.
올해 조선 시장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고, 해운업이 호황을 맞으며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1~10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099만CGT로 전년 동기 1563만CGT 대비 162% 증가했다. 이는 2013년 4698만CGT 이후 최대 기록이다.
지난달 전 세계 수주잔량(남은 일감)도 전달보다 28만CGT 증가한 8903만CGT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882만CGT로, 전달보다 36% 늘었다. 이는 2016년 3월 2938만CGT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주잔량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중국은 전달 대비 19% 일감이 늘었고, 일본은 33% 감소했다.
9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이 10월 세계 수주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선종별로 보면 세계 물동량 증가에 따라 대형 컨테이너선 주문이 가장 많았다. 1~10월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109만CGT로, 전년 123만CGT보다 804% 급증했다. 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14만m³ 이상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도 주문이 늘었다. 같은 기간 주문량은 476만CGT로 전년 239만CGT보다 99% 늘었다.
주문량 증가와 함께 조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선박 가격 또한 꾸준히 오름세다.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전달보다 3포인트 상승한 152.2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127.11포인트 대비 20% 오른 수준이다. 신조선가지수가 150포인트를 넘은 것은 조선 호황기였던 2009년 6월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경우 지난해 카타르와 맺은 대규모 LNG 운반선 주문도 본격화하면서 수주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국영 석유·가스사인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6월 국내 조선 3사와 23조원에 달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은 새 배를 만들기 전 건조 시설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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