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제놀루션 대표. 사진/제놀루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재무적 투자보다는 제놀루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겠다."
김기옥
제놀루션(225220) 대표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제놀루션은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으로 핵산 추출 기술 플랫폼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핵산 추출 등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먹거리 창출에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핵산 추출 전문 기업으로 성장 토대 마련
제놀루션은 설립 초기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등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회사였다. 7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당초 기대와 달리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고 그때 뛰어든 분야가 핵산 추출 장비와 시약이다.
김 대표는 "핵산 추출 장비와 시약은 이전부터 전문성을 갖춘 분야였다"라며 "처음에는 굵직한 실패들이 많았는데 그 경험과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제놀루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핵산 추출은 코로나19 검사 시 비강에서 시료를 추출한 뒤 RNA를 뽑아내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추출에 빠르면 1시간, 최대 3시간까지 걸리는데 제놀루션은 15분으로 단축했다.
김 대표는 빠른 추출 시간 외에도 RNA의 순도와 양이 중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PCR 등 진단 과정에서는 양성과 음성을 구분하는 민감도, 특이도가 중요하다면 RNA 추출 시에는 정확한 진단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원료를 뽑아내는 게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제놀루션은 핵산 추출까지 15분 만에 가능하다는 장점 외에도 RNA의 순도와 양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라며 "이는 세계적인 회사와 동등 이상의 수준이며 퀄리티는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동물용 유전자 치료제 개발 순항
제놀루션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RNAi로 세계 첫 동물용 유전자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RNAi는 생명체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매커니즘이다. 제놀루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dsRNA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로 개체수가 줄어든 꿀벌 치료제를 만들어 허가받는 게 1차적인 목표다.
현재 제놀루션은 관계부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해 동물용 유전자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놀루션은 기존 케미컬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농약도 연구 중이다. 화확적 과정을 거친 농약은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하게 형성된 반면 자연 환경에 유해하다는 단점이 있다. 김 대표는 RNA를 활용해 케미컬 농약 대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제놀루션은 서울 강서구로 사옥을 옮긴 뒤 GMP 시설을 갖춰 친환경 농약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초기 단계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핵산 추출 포트폴리오 강화…NGS 검사 솔루션도 확보
제놀루션은 15분 안에 48명분의 RNA 추출이 가능한 기존 장비를 넘어 새로운 제품들도 갖춰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접어들었지만 당분간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새로 준비한 제품은 해외 전시회에서 소개된다. 이미 제놀루션은 지난 9월 열린 '2021 미국임상화학회 국제학술대회·박람회(2021 AACC)'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신규 제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다음 주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전시회 '메디카(MEDICA) 2021'에선 15분 안에 96개 핵산을 추출하는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핵산 추출뿐 아니라 차세대 검사법 솔루션을 갖추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제놀루션은 올 들어 국내 기업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NGS 플랫폼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NGS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기존 PCR 검사 대비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 문제로 대량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NGS 검사 기술력을 갖춘 곳들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하고 자체 해외 유통망 등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검사법은 NGS인데 키트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판매망이 없다"라며 "제놀루션이 보유한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과도 맞손…미국 진출도 가시화
제놀루션은 해외 기업과의 공조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미국 등 거대 시장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제놀루션은 지난 4월 미국 토도스메디컬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통사업 공동제휴를 맺은 바 있다. 토도스메디컬은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체외진단 기업으로 최근 미국의 유방암, 코로나19 진단기업인 프로스비타를 인수했다.
제놀루션은 이번 협약으로 토도스메디컬의 자동화 분자진단 제품을 확보하고 제품군을 암·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토도스메디컬을 통해 제놀루션 제품 가운데 일부도 미국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밖에 다른 이스라엘 기업과는 자궁경부암 관련 제품의 생산과 국내 판권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너지 창출할 수 있는 투자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
김 대표는 전략적 투자, 기술이전 계약 등 일련의 활동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전개되면서 제놀루션 핵산 추출 솔루션의 수요가 늘어났다"라며 "코로나19 이전부터 축적한 유동성으로 앞으로도 국내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 투자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일환으로 추구하는 투자의 핵심은 재무적 성과보다는 시너지다.
그는 "지금까지의 업무협약이나 전략적 투자, 기술이전 계약 모두 단순 재무적 이익을 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라며 "제놀루션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를 결정했고, 이 같은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경력
△1981년 고려대 졸업 △1990~2014 호일바이오메드 대표이사 △현 제놀루션 대표이사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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