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그동안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분쟁 조정을 통해 불공정 거래 피해를 구제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피해 예방과 법 준수를 위한 전문 교육이나 상담, 컨설팅 등 맞춤형 종합지원 기능도 함께 강화해 공정한 거래 생태계 구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2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공정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기능을 확대하는 '한국공정거래진흥원' 개편 의지를 이 같이 드러냈다.
지난 3월 김형배 원장이 취임한 이후 조정원의 핵심 기능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가맹종합지원'과 '동의의결 이행관리' 업무를 새롭게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29일 개소한 가맹종합지원센터에서는 가맹점주와 가맹희망자의 고충을 신속히 해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분쟁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서비스, 공정위 신고 지원·소송 지원 등 종합지원서비스가 제공된다. 조정원은 9월 말 기준 426건의 상담, 16차례의 교육을 진행하고 공정위 신고 지원 32건, 소송 지원 6건을 비롯해 가맹본부·가맹점사업자 간 간담회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조정원 내에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올해 초 '동의의결 이행관리팀'을 신설한 상태다.
김형배 원장은 "동의의결 이행관리팀을 신설해 이행관리 업무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남양유업 동의의결 사건에 대한 현장점검, 설문조사 등 공정위의 이행점검 활동을 지원하고 네이버·애플 등 과거 동의의결 이행점검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의의결 이행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의결 이행점검 방법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에 대한 서면 점검만으로는 다양한 시정 방안의 이행 내용을 내실있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원은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현장 확인, 외부 전문가 자문 등 시정 방안별로 적절한 이행점검 방법을 마련해 이행관리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한국공정거래진흥원'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공정거래 생태계 구축에도 주력한다.
김형배 원장은 "공정거래와 상생 문화가 시장 저변에 확산되도록 다양한 평가 업무도 활발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대기업·중소협력업체 간 체결하는 공정거래협약의 이행 성과 평가 체계인 '협약이행평가'를 거론했다.
기업들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실적을 평가하는 'CP등급평가'도 대표적인 제도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불공정거래 피해를 예방하고, '갑'들의 자율적인 법 준수를 유도해 상생 문화가 지속 확산되는 공정거래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거래 문화 확산 추세를 반영한 '공정거래진흥원'으로의 조직 개편을 선결과제로 추진 중이다. 현행 조정원의 업무 범위가 분쟁조정·연구에 한정돼 있어 피해 예방 교육이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등 신규 사업 수요에 발맞추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등 제반 여건들이 함께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국회·공정위 등과 원만히 협의해 임기 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미국·유럽연합(EU)의 규제 동향 분석과 우리 경쟁당국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공룡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조정원이 지난 9월 28일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학술행사'가 이러한 맥락이다.
김형배 원장은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공정거래 정책 방향과 법 집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문가들과 소통·협력하며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창출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본연의 역할인 분쟁조정 해결 성과도 눈에 띈다. 조정원은 2017년부터 매년 3000건 이상의 분쟁조정 사건을 접수, 처리하는 등 중소사업자·소상공인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돕고 있다. 올해 성과를 보면, 9월 말까지 2108건이 접수됐으며 처리 건수는 2077건에 달한다. 분쟁조정을 통해 피해 구제 금액도 764억원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업체 갑질이 늘어나는 추세다. 에컨대 과다한 광고비 청구, 판매대금 정산과 관련한 분쟁 유형이 많아지고 있다.
이 와 관련해 김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많은 제조업자들이 마스크 제조에 뛰어들었다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하락하면서 마스크 제조·유통 관련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며 사례를 꼽았다.
조정원은 마스크 시장가격 하락으로 위탁이 취소될 뻔했던 계약 건을 88억원으로 재계약하도록 조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발 여파에 따른 비대면 상담 비중도 늘리고 있다. 조정원의 카카오톡 채널 개설 이후 카카오톡을 활용한 상담 건수는 2020년 640건으로 전년비 18% 급증했다. 전체 상담 건수 대비 카카오톡 상담 비중도 2018년 3%에서 2019년 4%, 2020년 5%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김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간편한 방식으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한 상담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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