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재현
CJ(001040)그룹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해외 바이오 기업 인수 소식을 알리면서 공격적인 M&A로 그룹 구조를 바꿀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그룹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열 회사 간 실적 양극화가 심화했다. 식품·물류 등 코로나19 수혜 업종에 속한 계열사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집객에 어려움을 겪는 계열사들을 부진이 심화해 영업적자에 빠졌다. 영업환경이 급변하고, 기존 산업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CJ그룹의 합산 실적 역시 지난해 소폭 악화했다. CJ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5.3% 감소한 32조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4.3%로 전년 대비 0.2% 포인트 하락했다.
대내외 위기상황 돌파를 위해 CJ그룹은 2021년 정기 인사에서 인사 시기를 앞당기고, 총 9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40대의 젊은 인재를 발탁해 그룹전반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해 쇄신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으나, 올해 CJ의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액은 12조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6% 증가해 이전 증가세보다 여전히 둔화한 흐름을 보였다.
11년 전 발표한 '제2 도약'의 목표였던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그룹의 성장 정체 돌파는 더욱 시급해졌다. 자산 매각과 신규 투자 등을 중단하며 지난 2년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의 중기 미래 비전 발표와 해외 바이오 기업 인수가 이어지면서 CJ그룹의 투자 본능이 깨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중기 미래 비전 발표에서 CJ의 현 상황을 '성장 정체'로 규정하고, 그룹 미래 비전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들어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그룹의 수익성을 주도하고 있으나,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선 신사업 발굴과 신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해졌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097950)의 해외 바이오 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CJ그룹이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CJ대한통운(000120), CJ오쇼핑,
CJ(001040)헬로비전 등 굵직굵직한 M&A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SM엔터테인트 인수 작업도 나서고 있다.
CJ그룹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표준이 확립되고 있는 산업 초기 발전 단계로 후발주자에게도 승산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도 연평균 25%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CDMO시장은 단순 화합물을 다루는 합성 의약품이나 이미 제조법이 확립된 항체 치료제 중심 바이오 의약품 CMDO에 비해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을 인수했으며, 두 회사를 축으로 레드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전망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CJ그룹의 4대 성장 축 발표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중기 비전을 밝힌 만큼 다른 분야에서의 M&A 등 통 큰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큰 폭의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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