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열흘 연속 코로나발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를 한 달여 앞두고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를 기록한데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병상 포화상태를 우려해 사적모임 제한 등 일부 방역 강화를 고려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으나 소비회복 시점의 ‘방역강화 카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기준이 담긴 '비상계획'을 발표한다. 비상계획 유형은 10월 29일 영업시간 제한 해제·사적모임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안' 발표 때 담긴 내용이었다.
이 계획은 의료대응 체계가 악화될 경우 일상회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비상계획 시행의 기준을 '중환자실 가동률 75%'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지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이 수치를 이미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76.4%에 달한다. 중환자 병상은 총 687개 중 162개밖에 남지 않았다.
지역별로 서울에서는 345개 중환자 병상 중 271개가 사용 중인 상태다. 병상 가동률은 78.6%로 80%에 근접한 수치다. 인천 병상 가동률은 78.5%(79개 중 62개 사용), 경기의 경우도 73%(263개 중 192개 사용)으로 나타났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상황을 모니티링하기 위한 정례적인 위험도 평가기준을 마련했다"며 "수요일(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보고 후 18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6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기준이 담긴 '비상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의료진 모습. 사진/뉴시스
◇ 위중증 환자 82.1% '60세 이상'…"우선 '부스터샷' 속도 집중"
일단 정부로서는 사적모임 강화보단 고령층 등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강화 조치와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서두르는 쪽으로 손본다는 입장이다. 병상 가동률이 높은 위중증 환자는 대부분 고령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위중중 환자 수는 지난 6일 이후 열흘 연속 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11월 7~13일) 위중증 환자는 평균 447명이다. 이는 직전 주(10월 31일~11월 6일) 365명보다 82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 중 60세 이상 고령층은 82.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간 평균 사망자도 127명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하기 전 10월 4주(10월 24일~30일) 85명인 것과 비교해 42명 늘었다. 사망자 역시 60세 이상 고령층이 113명으로 전체의 96.9%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예방접종 효과가 떨어지고 있지며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따라서 전체적인 사회적 강화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보다는 취약시설 방역조치를 강화하며 추가접종을 서두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기준이 담긴 '비상계획'을 조만간 발표한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모습. 사진/뉴시스
◇ 미접종자 유행 땐 '방역 패스' 확대…더 악화 시 '영업·모임' 제한 검토
미접종자의 유행이 확산될 경우 '방역 패스' 확대도 검토될 예정이다. 상황이 더 악화해 개인 간 접촉 차단이 필요할 경우에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다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는 유행상황에 맞는 조치계획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사전에 어떤 비상계획을 발동할 것이라고는 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획의 판단 여부, 조치는 단순한 지표상의 문제만을 가지고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며 "질병청의 위험도 평가를 근거로 해 종합적인 상황평가를 통해 비상계획 조치를 발동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상황이 악화되면 2단계로 무난하게 가기 어려울 수 있냐"는 질의에 "그렇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1단계를 지속하거나 방역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기준이 담긴 '비상계획'을 조만간 발표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방역완화 2단계, '야외 마스크 해제·유흥시설 24시간' 가능할까
정부의 계획대로면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는 내달 13일부터 시작한다. 정부는 80% 수준의 국민 백신접종률과 중증·사망률의 안정적 관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 위주의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추가 접종 간격을 과감히 단축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현 상태로는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는 "2단계 방역완화로 가기 위해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보다 과감한 추가 접종 시행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 등 고령층에 대한 추가 접종 간격을 과감히 3~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접촉이 많아지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결국은 돌파감염이 문제라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현시점의 추가접종에 대한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상회복 방역완화 2단계부터 적용되는 야외마스크 해제와 유흥업소 24시간 운영은 너무 이르다"며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젊은층에서의 감염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병상이 포화상태로 가고 있는 수도권에서 사적모임 등 일부 방역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나 정부가 방역강화 카드를 꺼내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위중증을 줄이기 위해 재택치료가 아닌 전담병원 치료를 강화하고, 항체치료제 사용의 연령제한을 낮추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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