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차기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은 윤 전 총장 장모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처음엔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어머니, 장모 정도로 알려졌으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사건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며 이제는 이른바 ‘윤 후보 처가 리스크’ 중심에 있는 인물이 됐다. 세간에서는 최씨가 ‘부동산 큰손’으로 불린다고 한다.
경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정식 수사
최근에는 최씨 일가 소유의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중순까지 양평 공흥지구 의혹을 내사해온 경찰은 최근 지난 17일 이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411㎡ 면적의 공흥지구는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을 지으려다가 2011년 양평군의 반대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영개발로 전환된 곳이다. 이후 ‘이에스아이엔디(ESI&D)’라는 법인이 350가구 규모의 민간사업을 제안했고,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스아이엔디는 최씨 가족이 100%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다.
2017년 기준 이에스아이엔디 주주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씨 가족의 이에스아이엔디는 공흥지구 2만2411㎡ 면적 중 2만2146㎡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공흥지구 땅 대부분을(99%)를 소유한 셈이다.
최씨는 2006년부터 해당 부지를 이에스아이엔디 명의로 꾸준히 사들이며 인근 지역에서 ‘부동산 큰손’으로 소문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공흥지구 13개 지번을 매입한 데 이어 양평군의 반대로 LH가 임대주택 사업을 포기하자 토지목록 1번(2011년 10월)과 9번(2011년 12월) 토지를 추가로 취득했다.
당시 최씨 등은 부지를 사들이면서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양평군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지법상 농지는 경작 목적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 아파트 건설 분양을 목적으로 농지를 산 것은 법 위반이다. 이 같은 농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최씨 측 대리인 손경식 변호사는 부동산 개발 인허가를 받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고, 취득 후에도 제3자를 통해 경작했으므로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강 의원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본인 소유인 양평 공흥지구 지역 토지를 대상으로 양평군에 민간개발사업을 신청해 승인 받았고, 본인 소유 토지에 대한 셀프 개발을 통해 막대한 분양 매출을 올렸다”면서 “도시개발의 최대 비용지출 항목인 토지보상금도 모두 본인 소유 토지로 수령해 엄청난 토지수용보상금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스아이엔디가 350가구의 개발사업을 제안하자 공공개발 무산 후 초고속 스피드로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승인했다”며 “때문에 공공개발이 양평군의 반대로 무산되는 과정에 이미 인근 13개 지번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최씨 일가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만일 공흥지구가 공공개발로 진행됐다면 최씨 측은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부연이다. 하지만 양평군의 민간개발사업 승인으로 최씨는 기사회생했다.
이후 최씨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는 공흥지구에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업을 진행했고, 2014년 6월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며 800억원대 분양 매출과 1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공흥지구 외에도 최씨 일가는 경기도 양평군과 남양주시 일대 5793㎡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해당 부지 장부가는 2017년 기준 25억1800만원, 공시지가 22억9400만원이다.
외손주에 20억 규모 양평땅 증여 의혹도
이 외에 최씨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씨는 2013년 동업자 안모씨와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신안상호저축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부동산 정보를 얻으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에 자금력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안씨에게 속아 잔고증명서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하고, 안씨는 최씨가 범행을 주도했다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최씨는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며 수십억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도 받고 있다.
최씨 측은 지난 23일 항소심 공판에서 “동업자 주모씨 등 사건 판결문을 보면 최씨가 피해자로 돼 있다”며 “검찰의 기소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동업자들의 민형사 판결문과 검찰의 과거 불기소 결정문을 내세워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데도 동업자들과 요양병원을 개설해 2013년∼2015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22억9300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해당 요양병원이 위치한 건물의 매입 계약금 수억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실질적 운영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이 같은 요양병원 의혹 연장선상에서 최씨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을 통보받은 직후 지난 1월 20대 외손주 두 명에게 시가 20억원 규모의 양평군 소재 3개 필지(337㎡) 지분을 증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과정에서 이뤄질 부동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증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윤 캠프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건보공단은 이미 환수 청구금액 전액을 훨씬 상회하는 부동산에 압류를 마친 상태”라며 “압류·환수를 피할 목적이었다면 다른 부동산은 왜 그냥 두었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최씨는 현재 요양급여 지급 부분에 대해 형사적으로 무죄를 다투고 있고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라며 “건보공단의 청구 금액은 소송상 다투고 있을 뿐 확정된 금액이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요양병원 운영중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와 관련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