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이후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난해와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르게 어수선하고 불안한 시기였다. 작년 봄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고, 해보지 않던 재택근무도 경험했다.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버렸다. 특히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모니터 앞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깊어져만 갔다. 그나마 방역 전문가와 의료인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 자발적인 국민의 협조 덕에 코로나 발생 초기의 혼돈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던 생각이 든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이런 상황에 잘 지내는지, 별일은 없는지. 별일이 있지는 않겠지만 힘든 시기를 잘 보내자'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초기 대구에 연로하신 부모님이 있던 지인들이 어렵게 마스크를 구해 전달하려고 애쓰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호기롭게 이 시기를 잘 보내자고 인사를 나누었던 이들과 그 이후에는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기회가 없었다기보다는 그럴 마음이나 기운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인사를 나누던 이들 모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의 시기가 곧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은 다시 확진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겨울을 맞이하는 우리의 불안은 다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이 시기가 언제 끝날지, 끝은 있을지 함부로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당장 사람들의 접촉이 늘어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거리두기와 같은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이는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인 어려움을 줄 수 있으니 '위드코로나'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여러 혼란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그나마 이 사태에 잘 대응해 왔다고 생각한다. 한때 정부가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분위기는 아니지만, 방역·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욕구를 줄이고 사회를 위해 조금씩 노력해 왔다. 그와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예민하고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던 이슈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거나 가려져 있었던 문제들. 바로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다.
지금 당장은 자영업자 등의 손실보상 등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들의 피해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사회 취약계층은 더욱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와 소득 감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와 물가 상승, 원격 수업 진행으로 인한 학력 격차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연일 종부세의 부당함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극히 일부만 해당하는 이슈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부당하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위정자는 당연히 경청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론이 종부세 대상자를 걱정하는 만큼, 혹은 그의 반의 반만이라도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로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게 안부를 물어야 한다. 적어도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혹은 책임지려는 위정자들은.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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