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충청 민심 '팽팽'…2030 '이재명'·자영업자 '윤석열'
표심 꽁꽁 숨긴 충청, 대다수 "결정 못했다"…"윤석열은 자질 없어, 이재명은 조카 변호 문제"
2021-11-29 06:00:00 2021-11-29 17:04:21
20대 대선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피말리는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찍을 후보가 없다"며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각종 의혹과 비방이 난무하고, 견고해진 진영논리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야 할 대선이 되레 국민들 걱정 속에 정치 혐오로까지 비화되는 흐름이다. 이래서는 또 다시 분열과 갈등만 반복될 뿐이다.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한 민심을 살폈다. 전국을 서울·경기·인천(수도권),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광주·전남·전북(호남), 충남·충북·세종(충청), 강원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난 27일과 28일, 주말 이틀 동안 지역별 민심을 쫓았다. (편집자)
 
[충청=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놓고 충청권 의견은 분분했다. 20대와 30대는 이재명 후보로 대체로 의견이 모였지만, 중장년층 특히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컸다. 또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진 않았다"는 지역민들도 다수였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지난 26일과 27일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 충청을 찾았다. 충남은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천안중앙시장 위주로, 충북은 청주 육거리종합시장과 인근에 집중했다. 충청은 역대 대선 때마다 승패를 좌우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곳으로, 표심을 꽁꽁 숨기는 탓에 민심 향배를 쫓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천안중앙시장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천안중앙시장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충남 2030은 이재명…자영업자는 윤석열 
 
충남에 거주하는 20대와 30대 사이에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20대 공무원 김모씨(여)는 "국민의힘이 싫어서 이재명을 지지한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로 국민의힘은 여전히 최악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또 "대학 친구들이 경기도에 많이 사는데 청년들에 대한 복지를 많이 누렸던 것 같다"며 이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20대 회사원 김모씨(남)는 "윤 후보는 검찰총장 말고 정치나 행정적으로 전문성이 있는지 아직 못 보여줬다. 이 후보는 적어도 보여주지 않았냐"고 했다. 20대 무직자 박씨(남) 역시 "윤 후보는 국정운영의 경험이 부족하다. 시장과 도지사를 경험한 이 후보가 더 나을 것 같다"며 "취업과 집값 문제를 한 번에 해결은 못 해도 천천히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30대 회사원 정모씨(남)는 "이 후보의 공약이행률이 인상 깊다"며 "반면 윤 후보는 당내 토론회든, 후보가 되고 나서든 원고가 없으면 말을 잘 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가 않아 정책이나 이념 개념이 확고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문 의도를 파악 못하는 건지, 지식이 없는 건지, 달변이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세대임에도 자영업 종사자들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전기업에 종사하는 20대 자영업자 박모씨(남)는 "이 후보는 말이 안 되는 허황된 정책만 펼치는 걸로 보인다. 그나마 윤 후보가 현실적인 정책을 펼치는 걸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세금이 많다. 세금 축소 개편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기계업 자영업자 박모씨(60대)는 "주변엔 다 윤석열이고, 나도 민주당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며 "재난지원금 줄 생각 말고, 있는 거나 뺏어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움에도 각종 부과세에 소득세까지 줄줄이 뜯어간다고 했다. 그는 "내년엔 농지법 강화하는 걸로 또 세금 낼 거고, 엄한 데서 다 뜯어가는데 민주당은 정말 안 되겠다"고 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60대 박모씨(남)는 "국민의힘을 응원하는데도 윤석열은 아니여"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하던데 현실감은 있는 것 같아"라며 "윤석열은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검찰공화국 우려도 있어서,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양반, 내년엔 꼭 좀 빈부격차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아파트 분양권 2~3년만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두 배가 되니, 서민이 집 한 채 마련 못하는 거 현기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천안중앙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윤 후보가 우세했다. 50대 상인 이모씨(여)는 "그래도 시장에 한 번 온 사람이 낫지"라며 지난 2일 윤 후보의 방문 때를 설명했다. 그는 "TV에서 볼 땐 인상이 강했는데 실제 보니 멋지대"라고 했다. 60대 상인 박모씨(여)도 "시골 사람들은 먼저 온 사람이 우선이여"라며 "그날 시장 난리였어. 만약 윤석열이가 표 떨어진다고 하면 여기 사람들 문 닫고라도 투표할 분위기였어"라고 전했다. 70대 상인 김모씨(여)는 "전쟁난 것 마냥 사람들이 좋아했다"며 "문재인이 와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여. 민주당 너무 정치 못했어. 여기 시장에 민주당 좋아하는 사람 하나 없어"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30대 회사원 홍모씨(여)는 "못 정했다"며 "윤석열, 이재명 둘 다 싫다. 차라리 주4일제 한다는 심상정 뽑으려고 한다"고 했다. 60대 상인 이모씨(여)는 "아직 안 정했어"라며 "선거 전에 집으로 오는 우편물을 꼼꼼히 다 읽어보는데, 그거 보고 정할 것"이라고 했다.
 
40대 회사원 장모씨(여)는 "아직 확신이 안 들어서 답답하다"며 "이재명은 흙수저 출신이라 국민들 애로사항과 민심을 잘 파악할 것 같은데, 이번에 조카의 살인사건 변호는 너무했다. '피는 못 속인다'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또 "윤석열은 금수저 출신이니 너무 바닥을 모르지 않겠냐"며 "서민 애환을 모르는 사람 같고, 검찰총장은 소신 있게 잘했어도 대통령은 소신만 갖고는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주변 인물에 풍비박산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앞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천안종합버스터미널 건너편 거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여기는 반반"이재명, 조카 변호에 "살인과 폭력이 같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둘 다 찾았던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의 상인들은 말을 무척 아꼈다. 40대 상인 박모씨(남)는 "이야기하기 힘들어요"라며 "사람들이 요즘 정치 이야기 쉽게 못 합니다. 너무 양극화돼서 눈치 보면서 말해야 해요. 뜻 맞는 사람하고만 해야지, 잘못 이야기하면 싸움 나요"라고 했다.
 
50대 상인 박모씨(여)는 "둘 다 우리 시장 왔는데 의자에 올라가도 잘 볼 수 없었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감싸서. 더 고민을 해봐야죠"라고 했다. 50대 상인 이모씨(남)는 "여기는 반반"이라며 "나이 드신 분들은 윤석열 지지하는데 엄청난 차이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시간 남았으니 정책 토론하고 공약 발표한 거 봐야죠"라고 했다. 60대 박모씨(여)는 "정하지 않았는데 서민에게 도움 되는 사람으로 뽑을 것"이라며 "이재명 기본소득 자체는 좋은데, 각종 세금 다 올려놓고 기본소득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고 했다. 이어 "나는 서민이니 기본적인 주거안정, 주택가격 어떻게 하겠다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로 기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70대 상인(여)은 "윤석열을 막상 보니 얼굴이 괜찮더라"며 "덕 있게 잘 생겼더라"고 했다. 또 다른 70대 상인(여)은 "뚝심 있게 일 잘할 것 같아 윤석열"이라며 "이재명이 충북의 사위라고 하던데 대선만 오면 사돈에 팔촌까지 거론하는데 그런 거 끌어들이면 뭐하냐. 장사 잘 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발 허튼 돈 쓰지 말고 우리 자식들 빚 없이 잘 살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청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60대 김모씨(남)는 "윤석열 뽑아야지"라며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술수가 오히려 많을 거고, 차라리 그 검사 경력으로 사회 못된 놈들 다 잡아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 종사자 40대 이모씨(남)는 "민주당은 죽어도 안 뽑는다"며 "경제가 엉망이 되니 몇 년 전부터 계약을 해도 계속 취소 연락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세탁업 종사자 50대 김씨(남)는 "민주당 뽑으면 안 된다"며 "이재명이 자기 조카 살인범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했다던데, 살인은 죽인 거고 폭력은 때린 건데 엄연히 다르다. 무조건 이재명과 민주당은 아니다"고 했다.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충청=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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