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일반적으로 '철'을 떠올리면 '차갑다', '딱딱하다', '회색'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컬러강판은 이런 편견의 틀을 깬다. 눈을 사로잡는 선명한 색감은 물론 대리석, 나무 같은 흔히 쓰는 건축자재 느낌도 낼 수 있다. 오톨도톨하게 섬유 질감을 구현하거나 예술작품이나 사진을 철에 선명히 프린트할 수도 있다.
지난 2일 방문한
포스코강판(058430) 컬러공장은 외관부터 '색'달랐다. 포스코, 현대제철 제철소가 모여있는 회색빛 공업단지에서 포스코강판의 공장은 주황, 노랑, 갈색의 컬러강판으로 지어져 한눈에 봐도 눈에 띈다. 사무동 벽면은 대리석 느낌의 컬러강판이 붙어있고 안전 강조 문구는 종이 대신 철에 인쇄돼 눈길을 끈다.
경북 포항시 소재 포스코강판 컬러강판 공장 외관(왼쪽)과 공장 내부에 붙어있는 안전 강조 포스터(오른쪽). 포스터는 컬러강판 기술을 사용해 종이가 아닌 철에 인쇄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1988년 설립된 포스코강판은 30여년간 도금과 컬러강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주목을 받는 컬러강판의 경우 연간 40만톤을 생산한다. 컬러강판 공장의 라인은 크게 4개로, 1라인에서는 건축 자재용 컬러강판 16만톤을 생산한다. 2~3라인에선 가전용 컬러강판을 주로 만들며 연간 생산량은 18만톤에 달한다.
이곳에서 만든 컬러강판은 국내를 비롯해 인도와 중국, 베트남, 영국 등에서 팔린다.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화려한 꽃무늬나 색상은 인도나 중국에서 주로 선호하고, 우리나라나 유럽은 비교한 심플한 단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장에 들어서니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린 강판들이 눈에 띈다. 단색 컬러의 경우 도료를 풀고 강판을 담가 찍어내는 방식이다. 반복되는 비교적 단순한 문양의 경우 다른 색의 페인트를 여러번 찍어 완성한다.
포스코강판 컬러강판 공장 내부. 사진/김지영 기자
본격적으로 색을 입히기 전 도료가 잘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미세하게 빗금을 내 강판의 표면적을 넓히는 작업을 한다. 매끈한 유리보다 표면이 미세하게 들쑥날쑥한 종이에 글씨를 쓰기가 더 쉽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색과 무늬를 입히는 공정은 '젤네일'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젤네일의 '베이스코트' 역할을 하는 '프라이머'를 발라 밀착력을 높인다. 이후 색을 얹고 마지막에 '탑코트' 역할을 하는 보호제를 발라 마무리한다.
질감 표현이 필요하거나 정형화되지 않은 무늬는 포스아트(PosArt)라고 불리는 기술로 제작한다. 이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잉크젯 프린트가 인쇄하는 방식과 같다. 포스아트 또한 잉크젯 프린터럼 흰색, 검정, 노랑, 파랑, 빨강 5가지 기본색을 조합해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잉크를 쌓아 입체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상원 포스코강판 포스아트 사업부 부장은 "포스아트의 질감 표현 기술은 다른 컬러강판 업체들은 없는 포스코강판의 고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강판에 이중섭 화가의 '황소' 작품을 인쇄한 제품. 사진/김지영 기자
실제 포스아트로 제작한 이중섭 화가의 황소 그림을 만져보니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듯한 질감이 살아있었다. 포스코가 후원하는 국가유공자명패 또한 양각을 살려 입체적으로 제작해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예술작품을 넣은 액자처럼 보이는 스피커도 있다. 이 스피커엔 소리를 내보내는 구멍이 없다. 철의 울림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국내 스타트업 업체의 기술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상원 부장은 "포스아트의 적층 인쇄 기술은 시작장애인을 위한 점자 제품에도 쓰일 수 있다"며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인 철의 특징 덕에 컬러강판을 소재로 찾는 고객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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