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 무대에 재등판했다. 치열해진 대선 국면에서 더 이상 침묵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정치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던 기존 약속을 잠시 접었다.
그는 9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빨리 일을 배우고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일하려고 노력하고 머리를 많이 쓴 생존자"라며 "이런저런 작은 오류들은 있었겠지만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어떤 하자는 없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의 지지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후보에 관한 키워드로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이 인터뷰를 통해 정치 평론을 한 건 지난 2020년 4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과 의혹에 대해선 적극 해명에 나서는 등 이 후보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유 전 이사장은 우선 생존자에 대해 "산업화 시대를 죽지 않고 건너온 생존자이고, 정치적으로도 10여년 동안 사실상 생존자에 가까운 그런 경로를 거쳤다"며 "이 후보를 보면 저 사람 생존자다, 그 생각부터 제일 먼저 나더라"고 말했다.
발전도상인에 관해선 "이 후보는 한 인간으로서, (또)정치인으로서 볼 때 완성형이 아니다"라며 "완성됐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고, 이 후보가 여전히 더 지금보다 나은 모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과제중심형을 설명하면서는 "포퓰리즘, 포퓰리스트 비판을 받는 것과 맞닿아 있는 특징인데 이 후보는 일반원칙 가치에서 출발해서 총론에서 각론으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각론을 바로 들고 나온다"라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스타일이고,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 후보의 정책 스타일이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실용적 해결책을 찾아 들어간다는 의미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지역화폐를 보면 경기를 살려야 된다 또는 무엇 때문에 어떤 가치를 위해서 저 정책을 하고 있느냐를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현안이 되고 있는 과제들을 바로 들고 나와서 자기 나름의 해법으로 밀고 나간다"면서 "예전의 민주당 계열 정치 지도자들과 철학적으로 굉장히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생존에 대한 강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학습하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적응해가면서 생존을 해 온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과제들에 대해 곧바로 대들어서 하나하나씩 처리해나가는 리더십, 그런 것을 원했기 때문에 이 후보가 된 게 아닌가(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 제기된 일부 의혹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이 후보의 전과 4범 범죄 경력 등에는 "서울 시내 고속도로에서 살살 달리는 페라리는 흠이 없지만 오프로드로 다니는 차들은 돌도 튀고 유리창에도 금이 가고 그런 흠이 있다"며 "원래 갖고 있는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은 리콜해야 하지만 운행 과정에서 부품 문제나 겉이 깨진 건 수리하면 되고 고쳐나가면 된다"고 비유했다.
이 후보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정도 이야기도 못하면 대통령 후보라도 할 수 없다"며 "타인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나 정책적 비판을 선명하고 강력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그것과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 밝혀질 때 더 많은 비난을 받게 될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는 걸 말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선 "그건 잘한 일"이라며 "하나도 (공공이익을)가져오지 못하게 법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 와서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라고 주장하고)그러는 건 아무리 정치가 검투장 같은 면이 있어도 좀 낯 뜨거운 게 아닌가 한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최근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행보에 나선 건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며 "다음 정부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 후보가 최근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등 본인의 주요 정책 의제를 철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일을 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고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행정가가 일하는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목표를 설정하고 여건이 안 된다고 하면 일단 한 발 물러선 다음 권한을 확보하고 밀어붙이기 위해 밑자락을 깔아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1월18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동훈 검사장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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