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 레버리지(부채)가 2000년대 초반 이후 16년간 이례적으로 쌓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위기 이후 민간부채와 정부부채의 합인 '매크로레버리지'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정부가 거시금융 안정성 유지를 위해 누적된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3일 'BOK이슈노트-매크로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을 통해 매크로레버리지 관련 변화 특징을 살펴보고 거시경제적 파급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크로레버리지 비율은 2020년 이후(지난해 1분기~올해 1분기중) 평균 254%로 직전 3개년(2017~2019년) 평균 대비 29%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디레버리징 이후 16년간 가계 레버리지가 누증돼왔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는 것이 한은 평가다.
국내 매크로레버리지는 민간·정부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주요국과는 달리 민간이 레버리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청년층 등 취약 부문의 부채가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 실물·금융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민간 레버리지 수준이 높고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디레버리징이 될 경우 경기 충격이 크고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이후 주요 42개국의 가계 부문 디레버리징 기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디레버리징 이전의 레버리징 기간은 약 3~4년이고 디레버리징 진입 시 2~3년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레버리징 기간 중 23%는 주택 가격 하락이 동반됐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레버리지는 단기적으로는 가계와 기업의 유동성 제약을 완화시켜 유연한 경제 활동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과 같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우 국내 경기 변동성 확대, 거시금융 안정성 저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정책 여력과 민간의 지출 여력을 축소시켜 경기 대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성장률을 상회하는 부채 증가율은 레버리지를 확대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채가 성장과 균형된 수준에서 변화하도록 유도하고 누적된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민간·정부 레버리지가 상호작용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 여력 평가 시 민간부채의 크기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13일 'BOK이슈노트-매크로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을 통해 매크로레버리지 관련 변화 특징을 살펴보고 거시경제적 파급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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