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오수 회장이 14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이날 오전 10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회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권 회장은 불출석했다.
권 회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다투는 취지”라며 “자세한 내용은 정리해서 다음 기일에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권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모씨 등 나머지 8명도 주가조작 혐의를 부인했다.
권 회장과 주가 조작에 가담한 이른바 ‘선수’(시세 조종꾼)로 알려진 이씨 측 변호인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부인한다”면서 “아리온 관련 공소사실 중 특경법상 횡령 부분은 일부 인정하나 배임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코스닥상장사 아리온 ‘횡령·배임 사건’에도 연루돼있다. 재판부가 “이씨 구속영장에 아리온 사건도 포함돼 있느냐”고 묻자 검찰 측은 “같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아리온 사건 공범 허모씨 재판과 병행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겠다”면서 “검찰에서 두 사건 병합 내지 병행 신청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권 회장은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이씨 등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정보 유출, 인위적인 대량 매수세 형성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간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 회장은 91명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상으로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7804회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1661만주(약 654억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투자회사 등에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의혹을 받는다.
또 권 회장에게서 주가 조작을 의뢰받은 이씨는 다른 주가조작 선수를 기용하는 등 주가조작을 실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의뢰를 받은 증권사 임원 김모씨는 도이치모터스에 우호적인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만들고, 증권사 동료와 이른바 ‘부띠끄’ 투자자문사 운영자 등과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주가를 2000원대 후반에서 8000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주가조작에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 증권사 직원 등 5명은 약식 기소됐다.
검찰은 권 회장이 무자본으로 도이치모터스를 우회상장 하며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투자수익 확보를 돕기 위해 주가 조작을 의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이른바 ‘전주’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
앞서 주가 조작에 선수로 가담한 혐의를 받은 김모씨 등 3명은 지난달 19일 첫 재판을 받았다. 이후 권 회장이 기소되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부는 내년 1월20일에 첫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2회 공판기일인 2월4일부터는 매주 재판을 열 계획이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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