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먹는 코로나 치료제, 팬데믹 클로저 아니다
2021-12-27 07:00:00 2021-12-27 07:00:00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머크(MSD),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치료제 2종을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개발사와의 도입 계약이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관리청 긴급사용승인 요청을 받아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긴급사용승인은 이르면 올해 안에 검토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도입 일자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경구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집에서 정해진 용법·용량에 따라 복용하면 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경구치료제를 처방받아 재택에서 경구 투여하는 방식이다.
 
복용 편의성 때문인지 경구치료제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때부터 '게임 체인저' 혹은 '위드 코로나 마지막 퍼즐' 등의 미사여구를 동반했다. 특히 해외에서 경구치료제 승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국내 도입 시기가 언급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간의 기대와 달리 경구치료제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할 수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누가 복용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는 임상 결과보다 떨어질 수 있다. 각각의 치료제 효과를 보면 임상시험 3상 결과 입원과 사망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MSD 치료제 50%, 화이자 치료제 89%로 확인됐다. 다만 MSD 치료제는 임상 결과를 추가 분석하자 효과가 30%로 하향 조정됐다.
 
임상이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됐고 참여자로 건강한 사람이 다수 참여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처방했을 때 효과는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동지훈 산업2부 기자
 
비슷한 사례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겪은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막 시작됐을 당시에는 최대 90%대 예방효과가 있다고 발표됐다. 이는 임상 결과에 근거한 수치였는데, 고위험군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빠르게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가 그대로 재현되더라도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선례가 있다.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바이러스 출현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9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다수가 항바이러스제 내성을 보였다면서 타미플루 남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경구치료제 등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재택치료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져 위중증 환자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경구치료제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여러 가능성과 변수를 종합하면 코로나19 경구치료제는 새로운 치료 수단 확보라는 평가가 정확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마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치료제 사용과 백신 접종에도 '게임'은 바뀌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해외에서 경구치료제가 도입되고 국내 업체가 경구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경구치료제 국내 승인을 앞둔 지금 정확하고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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