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착수 100일을 넘기고도 이른바 '대장동 4인방' 기소 외에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곽상도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 멤버'들에 대해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두 거물급 법조 전관들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40일째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등 50억원을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받은 대가로 김씨로부터 지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곽씨가 받은 실제 퇴직금과 세금 등을 제외한 25억원 상당이 혐의 액수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11월29일 곽 전 의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해 12월1일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하나은행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김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왼쪽)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시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고발 사건 중 검찰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아닌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부분을 분리해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
앞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과 클린선거시민행동, 국민혁명당은 지난해 9월23일 권 전 대법관을 사후수뢰,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국민혁명당은 같은 달 27일 곽 전 의원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검은 그달 24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직접수사하도록 지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이첩받은 고발 사건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관련 고발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에 배당했다.
당시 검찰은 권 전 대법관에게 제기된 주된 혐의인 변호사법 위반이 경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4차장검사 산하의 직접수사부서인 경제범죄형사부에 배당했다. 하지만 해당 혐의를 결국 경찰에 넘기면서 직접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데 100일이 넘게 걸린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후 지난해 9월29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했고, 수사팀은 같은 날 화천대유 사무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은정 한변 사무총장은 "이번 정권하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 사건뿐만 아니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권 전 대법관이 사법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한 것에 대해 아주 단호하고 철저하게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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