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법원이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머티리얼즈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주범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과 달리 이씨가 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적용된 △시세조종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허위직원 또는 허위용역계약으로 인한 횡령 등 혐의에 대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선 일부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한다”며 “진정부작위범인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은 그 의무가 수인에게 공통으로 부여돼 있는데도 수인이 공모해 전원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다믈멀티미디어 주식의 대량보유·변동을 보고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는 기각했다.
이들은 2017년 7월~2018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머티리얼즈를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주가를 조작해 83억원 상당 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에스모 외에도 코디엠, 피에스엠씨, 다믈멀티미디어 등 총 7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 등으로 227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 등은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를 누락해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외국 정치인과 기업가를 섭외해 이목을 끌고 해외 기관들과 사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퍼트린 뒤, 주변인 명의로 만든 차명 증권계좌를 동원해 다수의 시세 조정성 거래를 벌여 주가를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해 징역 12년과 벌금 180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모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벌금 90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씨, 강씨 등 이들 무자본 M&A 세력 일당은 2심에서 대부분 감형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개별 공모관계가 불명확하고, 이들의 범죄수익을 1심에서 인정한 금액보다 적게 봤다. 이에 따라 이씨는 징역 12년에 벌금 300억원으로, 강씨는 징역 6년에 벌금 5억원으로, 김모씨 등 4명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등 대부분 형이 감경됐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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