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부산·울산=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엉터리 방역'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방역패스 폐지와 거리두기 완화를 골자로 한 코로나19 대책을 내놨다. 청와대까지 나서 "명확한 근거 없이 방역 지침을 비과학적이라 비판한다"고 지적하자, '과학적 방역'임을 강조하며 나름 대안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16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방역 기준에 따른 방역패스 및 거리두기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14일 경남 선대위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방역패스 폐기에 따른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하자, "대안을 내야 하는 게 정부 아니겠냐"며 "정 대안이 없으면 제가 알려드리겠다"고 한 바 있다. 연장선상에서 마련된 이번 정책 제안은 마스크 착용 여부를 기준으로 방역패스 폐지와 거리두기·영업시간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석열 후보가 16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먼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 업종의 경우 방역패스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도서관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식당·카페·유흥주점 등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업종의 경우에는 '우수 환기업소' 요건을 마련해 조건 충족 시 시설 입장 기준을 4㎡당 1인에서 2인으로 완화하고, 영업시간을 2시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오미크론 확산과 같이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이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줄곧 과학적 방약을 강조한 윤 후보는 이번 방역대책을 발표하며 근거로 질병청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10분 내외의 자연 환기나 지속적인 환기설비 가동으로 공기 전파 감염 위험은 3분의1 감소하고,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20분 정도 경과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90% 저감된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우수 환기업소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헤파필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세업소의 경우 규모가 작으니 환기시설 규모도 작을 것"이라며 "자영업자 구제 차원에서 한 집당 300만원 돈 주는 것 이상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 일단 영업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5일 동해선 광역전철을 타고 울산 태화강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부산 일광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윤 후보는 앞서 14일과 15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PK)을 돌며 지역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정부 방역에 날을 세웠다. 생계 위기로 내몰린 자영업자의 표심을 의식했다. 그는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울산 그린벨트 해제 완화 등 지역 대표 공약을 발표하는 동시에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주먹구구식 방역대책", "엉터리방역" 등을 외치며 방역정책 재정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정부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QR코드 스캔을 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지난 경남 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에게 "저는 부스터샷까지 맞았다"며 "(과태료 처분은)QR코드를 제가 잘 챙기지 못해서, 같이 동행한 참모들이 휴대폰을 가져가서 했다 하지만, 착오가 있었던 것(같다). 더 철저히 챙기겠다"고 해명했다.
창원·부산·울산=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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