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HDC그룹와 셀트리온그룹의 주가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분식 회계' 논란 등으로 연초부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진과 회사가 주가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악재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인 모습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주가가 급락한
HDC(012630)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기간 HDC는 HDC현대산업개발 100만3407주를 장내에 매수했으며, 정몽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 주식 32만9008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 기간 HDC와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HDC 및 HDC현산의 매입규모는 203억원(매입가 기준)에 달한다.
HDC의 자사주 매입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HDC,
HDC랩스(039570) 등 그룹사의 주가가 급락하자, 성난 개인 주주들을 달래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주가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2일부터 17일까지 주가가 37.28% 급락했다. 17일 장 마감 이후 HDC는 자사주 매입 사실을 공시했음에도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87% 급락하며 1만6150원까지 떨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1만6000원선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4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이날 HDC와 HDC랩스도 각각 8.79%, 8.57% 내렸다.
연말부터 이어진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진 셀트리온그룹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지난 1월10일부터 오는 4월10일까지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각각 1000억원, 500억원의 자사주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와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김형기 대표가 헬스케어 주식 약 7억원(1만주) 어치를 장내매수했다. 기우성 대표는 셀트리온 주식 약 5억원(3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 및 성장성을 봤을 때, 현재의 주가가 지나친 저평가라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기업가치 보존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식이 들려오며 반등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분식 회계(회계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셀트리온은 자사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렘시마’ 등을 매입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재고자산을 부풀렸는지 여부에 대한 회계상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4일 하루 만에 주가가 각각 12.31%, 12.39% 급락했으며, 전일에도 각각 6.43%, 7.50% 내렸다.
통상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하락세를 겪고 있는 회사 주가를 적극 방어하기 위함으로 기업 가치 저평가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 지난해부터 꾸준한 자사주매입 정책을 펼치고 있는 메리츠그룹의 주가는 꾸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메리츠그룹 계열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는 총 10건에 이른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메리츠증권(008560)이 총 3회에 걸쳐 각각 1500억원, 34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메리츠화재(000060)는 3083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사주 매입은 저평가 신호와 함께 유통 주식 감소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를 보인다”며 “회사의 자사주 매입 발표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의 효과보다 악재로 인한 리스크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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