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재판장 전대규)는 17일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 한때 6조원 규모 자금을 굴리던 헤지펀드업계 1위였던 곳이다.
재판부는 “금융위원회에 의해 선임된 예금보험공사 직원인 청산인은 채무자(라임자산운용)에 대해 파산을 신청할 자격이 있고, 채무자에게는 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의 파산원인 사실이 있어 채무자에 대해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채무자의 자산은 임직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추가해도 190여억원에 불과한 반면 미확정채무를 포함한 실제 부채는 5200억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부채가 자산을 수십 배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 부채가 5000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아 변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액 대부분은 회복할 수 없게 됐다. 라임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4500명에 달한다.
파산관재인은 예금보험공사로 라임자산운용 재산에 관한 관리처분 권한을 갖는다. 채권자들은 4월2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고, 채권자 집회는 5월19일 열린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며 그해 라임에서 운용하던 모(母)펀드 4개와 자(子)펀드 174개가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이는 1조67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금융당국과 우리은행, 대신증권 등 판매사들은 투자자들 피해 회복을 위한 ‘배드뱅크’(자본금 50억원)를 만들어 부실 자산 회수에 나섰지만 라임,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 등의 횡령·배임으로 자금 상당부분이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가 90여억원, 판매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가 52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이종필 전 부사장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금 등을 합친 라임 총자산이 190여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변제율은 3.2%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이 전 부사장 등 라임 경영진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라임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최측근 정모씨가 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경까지 이 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 채모 대표 에게 수익금을 배당하고, 2019년 1월부터 체포 직전까지 김영홍 회장에게 도피자금을 대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2년여가 지났지만 김 회장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한국 국적을 말소한 뒤 해외로 도피한 김 회장은 현재 검·경이 추적 중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리던 2020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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