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의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했다. 다양한 높낮이의 건축물을 배치해 성냥갑 같은 도시 경관을 탈피한다는 취지에서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부활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3일 디지털 대전환시대 미래공간전략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서울 전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 제한을 없앴다. 앞으로 한강변에는 50층 이상의 건축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오 시장 재임시절 추진했다가 35층 룰에 걸려 무산된 '50층 한강 르네상스'와 비슷한 맥락이다.
따라서 일률적이고 절대적인 수치기준으로 작용했던 '35층 높이기준'을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한강변에서 강 건너를 바라볼 때 지금같이 칼로 자른 듯한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이 아닌,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이 높아져도 용적률은 그대로다. 따라서 건물이 높을수록 건물은 슬림해진다. 용적률 변화가 없으므로 층수가 높아지는 대신 슬림한 건축물을 배치해서 빼곡하고 답답한 느낌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 포함된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 (사진=서울시)
다만 서울 전역의 건축물 층수를 무조건 50층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적률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동일한 밀도(연면적·용적률) 내에서 다양한 높이의 건물을 배치해야 한다.
대신 한강 연접 지역의 15층 제한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강 연접 동 보다는 뒤쪽 동의 건축물 높이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는 이유는 도심환경 개선 때문이다. 오랜 기간 정비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면서 포화된 시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현재 서울의 도시공간은 시가지는 포화됐고 개발용지는 부족하다"며 "새로운 도시공간 수요에 대응하거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한계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뚝섬 유원지에서 잠실 쪽을 바라본 모습은 고층화로 인해 칼로 무를 잘라놓은 듯한 형상으로, 건물 높이가 똑같으니 답답해 보이고 바람길과 통경축(조망 확보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강변 35층으로 대표되는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도시계획 규제들에 대한 완화 요구를 담아내는 공간 정책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35층 규제가 풀리면 한강변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이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는 68층, 강남구 압구정2구역 등은 49층 건립계획을 세운 상태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매번 35층 룰에 막혀 개발이 더뎠지만, 고층 개발 가능성이 생기며 투자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토지이용 효율이 과거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할 때"라며 "용적률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35층 제한은 2013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생겨났다. 당시 서울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건축물 층수를 제한하는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세우고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지상 35층 이하, 한강 수변 연접부는 지상 15층 이하로 아파트 높이를 제한했다. 50층 이상 건물은 상업·준주거 지역에서 주상복합으로 지을 때만 가능했다.
지난해 찍힌 서울 한강변 주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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