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용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용산구 한강로동제3투표소.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고은하·유근윤·이승재·전연주 인턴] "코로나로 투표 영향요? 저는 딱히 영향이 없었어요."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투표권을 행사하러 나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34만2446명을 기록,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감염 위험을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상황이었다. 이에 아랑곳없이 시민들의 투표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 용산구 이촌제2동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도 "워낙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후보를 정해놓고 있어서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개의치 않았음을 전했다. 그는 "유세와 정책, TV토론 등을 봤는데 (후보 선택에)크게 마음이 흔들리진 않았다"며 "선택한 사람이 확정적으로 당선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라도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중구 약수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 또한 "국민으로서 당연히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투표장 방역에 대해 "저희 어머니도 확진자이신데 사전투표 이미 마쳤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투표장에서의 정부 방역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서초구 서운중학교에서 투표에 참여한 20대 남성은 "걱정했던 것보다 방역은 잘 된 것 같다"며 "위생소독을 철저히 한 편이었다"고 했다.
송파구 송파 책박물관에서는 노년의 어머니와 함께 투표에 참여한 60대 여성도 있었다. 그는 "투표해야하니 어머니 손을 붙잡고 왔다"며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보고 바쁜 와중에 다들 왔구나 싶었고, 참여를 많이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투표 진행 과정에 대해 "착착 진행되는 것을 보고 예년과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투표 참여율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날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많은 서울시민들이 모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소에 도착하자마자 손 소독 후 양손에 비닐장갑을 차례로 착용했고, 체온 측정기를 통해 정상 체온임을 확인했다.
신대방2동 주민센터에서는 코로나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임산부도 투표에 나섰고, 용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용산구 한강로동 제3투표소에서는 어린 딸과 함께 투표에 참여한 가족들도 보였다. 노량진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여성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표시한 표지를 보고 '초록색 칸'이라고 아이에게 가리키며 설명하기도 했다. 유권자 모두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참정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9일 오전 노량진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노량진제1동 제4투표소.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일부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춘천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본투표에서 투표용지를 또 다시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경기도 오산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이미 기표를 한 것으로 분류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에 대한 사전준비 미흡으로 허점을 노출한 데 이어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는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투표소에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속출했고,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특히 직접투표,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여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20대 대선 투표율은 77.1%로 잠정 집계됐다. 선거인 4419만7692명 가운데 3405만9714명이 참정권을 행사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기록한 최종 투표율 77.2%보다는 0.1%포인트 낮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는 평가다.
9일 오후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망원제 1, 2투표소. (사진=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고은하·유근윤·이승재·전연주 인턴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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