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 당선인, 청와대 졸속 이전 부작용 책임져야"
당내 인사들 잇단 비판 메시지…"법률적·예산상 불가능"
정의당도 "졸속 발표 대단히 우려, 국민소통 취지 무색"
2022-03-20 15:22:00 2022-03-20 15:22:00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은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방침을 공식화한 데 대해 "졸속 이전이 낳을 혼선과 부작용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집무실 이전이 안보 공백과 1조원에 달하는 세금 낭비를 불러올 뿐 아니라,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다. 정의당도 "국민소통이 목적인지, 이전 자체가 목적인지 사실상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장소 선정과 절차에 있어서 국민 소통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차도 일방통행이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국민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며 "윤 당선자는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는 또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방부가 50일 내에 이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이전 과정에서 국정 혼란이나 안보 공백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제타격,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배치 등 힘을 바탕으로 한 안보를 역설해온 윤 당선자가 안보 문제를 이렇게 등한시하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고 수석대변인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소통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음을 망각한 것 같다"며 "청와대에 들어가면 옮길 수 없다는 윤 당선자의 답변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이전은 결코 시간에 쫓기듯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이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 발표에 소속 의원도 잇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판 메시지를 올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비판과 함께 집무실 이전이 법률상, 예산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상민 의원은 "졸속 부실한 결정이면서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며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보는 듯하다. 너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법률적, 예산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법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이전 비용도 올해 예산에 없는데, 취임 후 추경을 하면 모를까 다른 예산을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적 근거 부재와 비용 문제 등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대통령직인수법에는 인수위 업무 범위가 국무위원 후보자의 검증이나 새정부 정책기조 준비, 취임행사 준비, 정부 조직과 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등에 국한돼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취임 전 초법적인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최소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추계하기도 했다. 대통령 업무시설 이전 및 신설, 청와대 철수 등에 4000억원, 국방부 청사 이전 비용으로 7000억원 등이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윤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추산을 근거로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데 50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도 "충분한 사전 협의와 대책 마련 없이 윤 당선자의 의지만 앞세운 졸속 발표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 소통이 목적인지, 이전 자체가 목적인지 사실상 그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그 대책을 먼저 밝혀야 한다"며 "지금 대통령 당선자가 가야 할 곳은 집무실 이전 부지가 아니라 감기약 재고가 바닥난 코로나 약국 현장이다. 국민 소통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중요하지만, 소통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민생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각종 논란에도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는 안을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졸속 추진 논란에 대해 "임기 시작 50일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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