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프레스다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에 이어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으로 5조1000억원을 예상했지만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간부 급여 인상, 군인연금 조정,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연쇄 인상까지 고려하면 필요 재원은 이보다 훨씬 크게 늘어날 것이란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집권 즉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점진적인 인상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9일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짜리 단문 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67만원인 병장 월급을 3배가량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현재 병사 봉급은 연간 2조1000억원이 소요된다.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이에 따른 재원은 예산지출 조정을 통해 책임지고 확보하겠다"고 자세한 설명을 더했다.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의 정책을 총괄했던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출범하면)즉각 집행할 수 있는 예산안을 바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집권 즉시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방침인데, 현재로서는 지급 시기와 액수 면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위는 전날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병사 월급 대폭 인상에 따른 추가 재원 규모 등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적으로 예상한 것보다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지급 시기와 액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페이스북 화면 캡처)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 문제가 최대 관건이다. 일단 윤 당선인의 언급대로 200만원 공약을 지키려면 67만원인 병장 월급을 3배가량 인상해야 한다. 이에 따른 재원은 5조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 군무원 등의 군 전체 인건비를 고려하면 10조원대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록 예비역 해군 준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병사 월급을 200만으로 올리면, 하사는 병장보다 더 받아야 한다"며 "그러면 부사관은 월급을 더 받아야 되고, 소위도 더 받아야 되고 이렇게 되면 연쇄적인 반응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 간부와 군무원의 봉급 인상으로 군인연금 조정도 불가피해진다. 군 간부와 군무원의 임금 인상만큼 연금에 반영되고, 군인연금에 대한 국가 지원액도 늘어나게 되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원도 더 커지게 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부사관 등 직업군인들의 월급을 인상하게 되면 그에 따른 군인연금에서의 국가 적자 보전액도 자동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모든 연금 중에서 군인연금이 가장 가입자 혜택이 큰 제도인데, 이렇게 직업군인들의 월급이 올라가면 그만큼 연금 혜택도 더 커지고 국가의 재정 적자분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 당장 현실화되면 군 인건비 증가로 전체 국방비 규모가 커지면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여부가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병록 예비역 준장은 "우려스러운 것이 지난번 주한미군 주둔비를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 상승률로 정해놨기 때문에 국방비가 올라가면 미군에 줘야 하는 돈도 더 늘어나게 된다"며 "병사 월급이 올라가면 주한미군 주둔비까지 이중으로 돈이 더 나가는 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부산 남구 용당 세관 창고에 마련된 용당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해군 장병 등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정된 국방비 총액에서 군 인건비가 증가할 경우, 무기 구입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 당선인의 대북 억지력 강화 공약을 위해서라도 최첨단 무기 전력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병사 봉급 인상은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국방이라는 것이 사실 다 우선순위가 정해져있다"며 "하지만 갑작스럽게 병사 봉급이 인상되면 국방비 압박이 심해져서 다른 국방비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당장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을 실현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안으로 점진적인 봉급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사회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올리고, 그 다음에 병력이 감축되면 인건비가 세이브 되기 때문에 이렇게 균형을 맞춰가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예비역 준장도 "바로 병사 원급을 인상해줄 수 있겠느냐. 단계적으로 올려줘야 한다"며 군 복무기간 감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단계적 정책 실현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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