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에너지정책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당내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대표가 불과 한 달 만에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지도부 총사퇴의 본질은 퇴색된 채, 계파 갈등 양상만 표출되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는 7일 중앙당 광역단체장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은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다.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송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송영길, 부족함이 많다"며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면,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것이 당대표를 했던 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제 당내 경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 반발이 거세다. 필패가 뻔한 송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울 경우 서울 지역의 구청장, 광역의원 선거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깊다. 전날 정계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을)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는다"며 "송탐대실"이라고 비판했고, 박주민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그룹의 여러 모임, 여러 의원이 (송 전 대표 출마에 대해)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해 4월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서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 소속 의원 13명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인물 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불출마를 압박했고, 서울에 지역구를 둔 당내 의원 20여명도 지난달 31일 출마를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파들은 송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수장이 곧바로 주요 선거에 나선 전례가 없고, 서울시장 후보자로서 지역 연고가 없는 송 전 대표의 배경적 한계를 지적한다. 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86세대의 용퇴를 주장해놓고 본인은 자기정치를 하는 점을 꼬집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사퇴 당시 "평소 책임정치를 강조해 왔기에 당대표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자 한다"고 했고, 1월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저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정부 탄생의 마중몰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론도 좋지 않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3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6.9%가 '출마하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출마해도 된다'며 찬성한 비율은 37.6%에 그쳤다. 직접 그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서울 지역 응답자들도 출마 반대 의견이 45.6%로, 찬성 의견(38.2%)보다 많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오른쪽) 당시 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송영길(왼쪽) 당시 당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이낙연 전 대표. (사진=뉴시스)
당 안팎의 반대 기류와 달리 이재명 상임고문 측근 인사들은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사실상 송 전 대표 출마 이면에 이 고문의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이 고문의 최측근 정성호 의원은 지난 5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 출마에 대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보고, 결국 유권자인 서울시민의 선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후 친문계까지 송 전 대표 출마에 반기를 들면서 사실상 '친문 대 친명'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송 전 대표 출마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민주주의 4.0 연구원' 소속 한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송 전 대표 출마와 이 고문과의 관계에 대해 "항간에 이 고문의 의중이 담겼다는 얘기가 계속 제기되지 않았느냐"며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를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치르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지역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함께 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하려고 나왔는데 오해를 받고 있다"며 "침체한 서울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지켜만 보는 게 과연 책임 있는 자세인가"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놓고 당 내홍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와중에도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의 출마 의사조차 확실치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현재 민주당은 순서부터 잘못됐다. 대선처럼 지방선거를 위한 대전략부터 제대로 짜야 했다"며 "제대로 판이 꾸려지면, 현재 출마를 망설이고 있는 후보들이 제 발로 찾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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