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BTS·아미 '보랏빛 우주', 라스베이거스 수놓다
'더 시티' 프로젝트…시내 곳곳 보랏빛으로 물들어
코로나 지나며 전 세계 아미들과 연대감 끈끈
향후 ‘도시-공연’ 더 확장…BTS “그래미 계속 도전할 것”
2022-04-10 15:10:03 2022-04-13 08:17:1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라스베이거스에는 맘껏 놀고 나서 다 잊어버릴 수 있는 ‘놀이동산’ 같은 설렘이란 상징적 정서가 있는 듯합니다. 재밌게, 멋있게 공연하고 돌아가겠습니다.”(RM)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이들에게 차갑고도 뜨거웠다. 2년 연속 그래미어워즈 수상 불발과 며칠 만에 이어진 그룹의 이 도시 첫 투어. 
 
9일(현지시간)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쉬움과 설레임, 양가적 감정을 털어놨다. 
 
멤버 지민은 “한국 사람으로서, 저희 음악이 어디까지 닿는가가 궁금했는데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뷔는 “깔끔했고 우리도 인정했다. 눈물은 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맏형인 진이 “언제든 도전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보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BTS_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 외경. 사진=빅히트뮤직
 
그래미 불발의 아쉬움에도 이날 5만 관람객이 들어찬 공연장은 지구촌 축제를 방불케 했다. 4일(7~8일, 15~16일) 간 총 20만 관객들이 다녀간다. 티켓 가격은 최저 60달러(7만3680원), 최고 275달러(33만7700원)에도 전석 매진됐다. 1만6800여석 규모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도 4일간 실시간 상영한다. BTS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투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이 열린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둥그런 우주선 형태의 돔 뚜껑이 덮인 외관을 자랑한다. 겉면은 흡사 다프트펑크 헬맷 같은 느낌의 재질로 외계(外界)적 인상을 준다. 2024년부터는 세계적인 이벤트 슈퍼볼도 이곳에서 유치한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수도'라 불리는 라스베이거스 안에서도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오는 8월부터 하반기에도 레드핫칠리페퍼스, 위켄드, 머틀리 크루 등 대형급 스타들을 이미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이날 공연 시작 전부터 명멸하는 5만개의 보랏빛 아미밤(BTS 응원봉)은 흡사 원형의 UFO 같았다. 뚜껑이 덮인 채, 우주로 비상할듯 굉음을 냈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사진=빅히트뮤직
 
이날 일곱 멤버는 쇠창살에 갇혔다가 풀려 나오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멤버들은 마칭밴드와 자유롭게 어울려 'ON'을 첫 곡으로 불렀다. 코로나 시대 이동의 자유가 제약된 오늘날 상황을 빗댄 무대 연출에 함성으로 실내가 진동했다.
 
멤버들은 이어 '불타오르네', '쩔어'를 열창한 뒤 아미들과 대화에 나섰다. 영어로 "아미 이즈 미라클(아미는 기적이다)", "스크림(소리질러)", "어제보다 더 좋은 공연 만들어볼까요?"를 목청껏 외치며 아미들과 호흡했다. '철(凸)'자 모형을 90도 우측으로 기울인 형태의 돌출 무대를 구성해, 수시로 객석의 중간까지 나오며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날개 모양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수십명의 댄서들과 검정 슈트의 멤버들이 뒤섞여 어우러진 '블랙 스완'은 이날 객석을 예열하기 시작했다. 군열을 이루며 부드럽게 움직이는 짜임새 있는 안무가 거대한 한 마리의 검은 백조를 보듯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다이너마이트'에서 '버터'로 연결되는 구간에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차트에서 기록을 세우고 BTS를 2년 연속 '그래미어워드' 후보로 올려 놓은 곡들이다. 특히 이 순서에서는 브라스가 가미된 라이브 밴드가 편곡 연주로 그룹의 퍼포먼스 후방에 배치돼 사운드의 풍성함을 느껴지게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라스베가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사진=빅히트뮤직
 
공연 최고의 게스트는 앙코르 직전, BTS를 기다리던 아미들이다. 자발적으로 파도타기를 하며 서로 연대했다. 카메라가 태극기와 한국어로 적힌 메시지 외에 "멕시코 러브 BTS",  "나이든 사람들도 방탄을 좋아한다"는 성별 세대 국적 불문의 메시지를 잡을 때마다 스타디움은 떠나갈듯 진동했다. 
 
아미들과 BTS의 연결감은 코로나 터널을 지나며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 공연에 앞서 만난 멕시코 출신의 아미 린제이 이자벨 씨는 "BTS가 특별한 점은 팬들과 연결감을 준다는 점"이라며 "내면을 투영한 그들의 음악과 공연으로 코로나 시대 우울감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내게 BTS는 치유의 존재"라고 했다. 
 
이날 공연은 '춤추는 데에는 다른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 없다'는 대표곡 '퍼미션 투 댄스(PTD)'를 주제로 잡고, 멤버 개인 무대 없이 온전히 전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무대로 꾸몄다. 지난달 왼손 검지 부상으로 봉합수술을 받은 진은 의료진 소견에 따라 춤을 추지 않고 앉아서 노래 대부분을 불렀으나, 대형 화면에 잡힐 때마다 객석은 평소 때보다 더 열광적인 함성을 쏟아냈다. 
 
공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하이브 '더 시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공연 직전 날인 7일 라스베이거스 시와 협업으로 시내 상징적인 명소들(패리스 호텔의 에펠탑·최고급 호텔 룩소·해리 리드 국제 공항)이 보랏빛 조명으로 물들었다. 사진=빅히트뮤직
 
하이브는 이번 투어에서 도시와 공연을 연결하는 '더 시티'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콘서트가 개최되는 기간 전후로(5~17일), 얼리전트스타디움이 위치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약 5km 인근을 공연과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MGM 브랜드 산하 11개 호텔 체인과의 협업으로 쇼핑, 식음료, 숙박 등을 BTS IP와 결합한 상품으로 내놨다. '세계 3대 분수' 중 하나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대는 '버터',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아이슬란드 간헐철 만큼 높은 물줄기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공연 직전 날인 7일에는 라스베이거스 시와 협업으로 시내 상징적인 명소들(패리스 호텔의 에펠탑·최고급 호텔 룩소·해리 리드 국제 공항)이 보랏빛 조명으로 물들기도 했다.
 
일부 콘텐츠의 가격 설정(가령 한식 2인 120달러, 포토카드 포함 전시 38달러) 등 개선점은 필요해 보였으나, BTS 공연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문화와 결합하려는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했다. 소속사는 향후 세계 전역 도시 곳곳 투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BTS 뿐 아니라 K팝 전체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5일과 16일 같은 장소에서 또 공연을 연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는 '톱 듀오·그룹' 등 6개 부문에 7개 수상 후보로도 올랐다. 그룹 통산 역대 최다 기록이다.
 
라스베이거스=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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