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정부 경제 사령탑에 내정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론스타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격론이 불가피해졌다. 의혹은 그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외환은행 인수 전반을 논의한 '10인회의'에 참여했고, 그 결과 론스타에 특혜를 줬다는 게 핵심이다. 새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도 론스타와 무관치 않다. 한 후보자는 2003년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민주당이 칼날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정의당과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자와 추 의원 입각은 있을 없는 일"라며 고발 으름장까지 놨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추 후보자를 겨냥해 "단군 이래 최대 먹튀 사건이라 불리는 론스타 의혹의 몸통 중 한 명"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먹튀 과정에서 직접 연관이 있는 부처에서 일했고 론스타 사태를 주도한 건 아닌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론스타 사건은 현재도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진행 중으로, 추가 국부유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혹의 당사자를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 첫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된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11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인수위 제5차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은 문재인정부에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청문보고서 채택의 키를 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현 정부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정의당이 반대한 인선이 줄줄이 낙마하자 언론 등에선 정의당의 반대를 '데스노트'라고 불렀을 정도다. 이번 추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우려 표명은 그가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지 단 하루 만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후보자 등 8명을 1차 내각 인선으로 발표했다.
지명 하루 만에 추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게 쏟아지는 건 그에 대한 의혹이 간단치 않다는 방증이다. 추 후보자는 론스타에게 특혜를 준 장본인으로 금융투자업계로부터 진작 지목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하던 2003년 10월 무렵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 일했다. 은행제도과는 은행업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은행업의 인·허가 등에 관여하는 부서다.
윤명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는 국내 은행법상 어떤 경우에도 은행을 소유·지배할 자격이 안 되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지만, 당국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했다"면서 "론스타는 당국의 도움으로 해외의 산업자본 자회사들을 숨겨 마치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것처럼 승인신청서류를 조작,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국은 외환은행의 매각을 쉽게 하려고 자기자본비율(BIS)까지 조작했다"며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는 김앤장이 맡았고 그해 7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청와대와 재경부 관계자, 김앤장 변호사 등이 참여한 소위 '비밀 10인회의'가 열려서 제반 사항들을 밀실에서 논의했다"고 했다. 윤 대표는 "추 후보자가 은행제도과장 자격으로 10인회의에 나왔다"고도 했다.
11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시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명 하루 만에 추 후보자에게 론스타 의혹이 제기되자 인수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도 론스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곤혹감은 커졌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하기 직전인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이 기간 한 후보자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8개월 동안 1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한 후보자는 이후 다시 입각해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2017년 12월부터 국무총리 지명 전까지 4년4개월 동안 김앤장에서 또 고문으로 일했다. 이 기간엔 고문료로 18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한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추경호 후보자도 추가로 고발키로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앞서 6일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받은 18억원을 뇌물로 규정,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윤 대표는 "김앤장은 국유재산인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할 목적으로 김대중정부의 경제수석 출신인 한 후보자에게 1억5000만원을 뇌물로 줬거나 과거 경제수석 재직 때 도움을 받은 대가로 뇌물을 줬다"며 "돈을 받을 이유가 없어 고문이란 이름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추 후보자에 대해선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했다가 매각하는 과정에서 1조5000억원 정도 탈세가 있었으나 당국에선 이를 방기했다"며 "탈세에 대한 책임으로 추 후보자를 고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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