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N'. (사진=제넥신)넥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기업들이 백신 위탁생산(CMO)에 뛰어들었지만 개발 중단, 사업 포기가 연이어 터지면서 때늦은 옥석 가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1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예방접종에 쓰이는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 등 총 3종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합성항원 플랫폼으로 개발된 첫 코로나19 백신이다.
실사용 중인 백신이 세 종류로 줄어든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접종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국내 접종에 쓰일 수 있도록 승인받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포함해 총 4종이었다. 최근에는 노바백스 백신이 허가를 획득하면서 종류가 늘어났다. 올 상반기 이후에는 SK바이오사이언가 개발한 백신도 실제 접종에 쓰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백신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공급은 하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같은 코로나19 백신 편중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앞서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부작용을 이유로 퇴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가별 수요가 일부 백신에 쏠리고 있지만 국내외 기업들은 다른 백신 위탁생산 등을 통해 개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개발 중단, 외부 요인에 따른 사업 포기가 속출하면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은 소수에 그친다.
한미약품(128940)은 개발사의 임상 중단으로 코로나19 위탁생산을 목전에서 놓친 곳 중 하나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2020년 5월
제넥신(095700)의 DNA 코로나19 백신 'GX-19N'을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하고 1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제넥신은 지난달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백신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당초 한미약품은 1차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GX-19N이 상용화된 이후 공급 물량을 확정하는 본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었다. 현재는 제넥신 개발 중단 선언으로 후속 계약이 요원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제넥신 관계자는 "한미약품과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1차 계약이 체결됐지만 개발 중단으로 결론이 나오면서 본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게 됐다"라며 "당시 체결한 계약이 종료된 것은 아니며, 양사 간 우호적인 협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다음 사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입장에선
엔지켐생명과학(183490)과 체결한 인도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D' 원액 제조 위탁이 남아있다. 양사는 1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본 계약 체결 이후 본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강원 춘천시 거두농공단지 내 한국코러스 생산라인에서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휴온스글로벌(084110),
휴메딕스(200670), 보란파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을 추진한 바 있다. 전쟁 발발 이후 휴온스글로벌은 국제 정세와 금융·물류 제재 등 국제사회 전반의 동향을 검토한 결과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컨소시엄 사업 중단 결정 이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스푸트니크V 대신 '스푸트니크 라이트'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눈을 돌렸다.
회사 관계자는 "휴온스 컨소시엄의 백신 위탁생산 사업은 당사에서 진행해 오던 백신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라며 "백신 위탁생산과 백신 개발 사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이 언급한 백신사업 중 하나는 호주 기업 박신의 코로나19 백신 '스피코젠' 생산 및 판권 확보로 이어졌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박신과 스피코젠 공급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결합 백신 개발도 협력키로 했다.
업계 안팎에선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중저개발 국가 등에 공급하면서 국제사회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을 기대 효과로 꼽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주요 백신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이라 실제 위탁생산으로 인한 성과가 극대화할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워낙 높지만 세계 기준으로는 미접종자가 더 많아 위탁생산 사업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라면서도 "단기적인 수익 창출,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여러 지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은 백신을 지금 시점에서 위탁생산해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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