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 대필보고서로 입상·대입 활용한 학생들 선고유예
“대학 입시 공정성 해칠 위험 있으나 성실하게 학교생활”
2022-04-13 12:32:39 2022-04-13 12:32:39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입시컨설팅 학원 강사가 대필해 준 보고서 등을 교내·외 경시대회에 제출해 입상하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학생들이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이광열 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생 6명과 학부모 2명에게 벌금 1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며 특정 사고 없이 2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다른 학생들 기회를 박탈하고 교내외 대회 공정성에 불신을 느끼게 했으며 대학입시 공정성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제출 보고서로 인한 수상내역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됐으나 이는 대학 입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3명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학생은 2017~2019년 고교 재학 중 대학 입시용 스펙 준비를 위해 입시 컨설팅 학원에 등록한 뒤, 강사가 대신 작성해 준 보고서 등을 마치 자신이 직접 쓴 것처럼 교내외 대회에 제출하면서 각 대회 관계자의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이 같은 강사 대필 보고서로 대학에 수시 합격한 10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한편 수상 결과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정시합격자 29명에 대해서는 약식 기소해 벌금 200~300만원 처분을 내렸다.
 
학부모 2명은 강사가 작성한 대필 보고서 등을 자녀 명의로 교내외 대회에 대신 제출해 자녀가 입상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독후감이나 소논문·발명보고서 등을 대필해준 학원 측에 건당 100~56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학생의 보고서 대필 강사를 배정해준 서울 강남 A학원 원장과 부원장은 지난해 9월 징역 1년 2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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