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 인력 감소에 따른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업체들은 당장 일감이 줄자 전환 배치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7일 고용안정특별위원회 4차 협의를 갖고 다음 달 1일부터 부평2공장을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2교대로 운영할 경우 오는 8월 이후 생산 물량이 끝나는 상황에서 사실상 공장 폐쇄라면서 노조가 반발하자 사측이 내놓은 대안이다. 1교대로 전환하면 11월까지 늘어난다. 사측은 연장된 기간을 활용해 부평2공장 인력 1500여명을 부평1공장(500여명)과 창원공장(700여명)에 단계별로 전환 배치하고, 사무직 직원도 12월쯤 부평1공장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사측은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말리부와 트랙스가 단종을 앞둔 상황에서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인력을 개편해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노조는 고용 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안을 요구한 상태다. 다음 주 중으로 5차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부평1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한다. 생산 능력은 최대 연 27만대다. 부평1공장은 다음 달부터 전면 가동에 들어가는데도 고객 수요 33만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노조는 부족한 6만~7만대를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길 원하지만, 사측은 부평1공장이 최소 10만~15만대를 생산해야 공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한국지엠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전기차 등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 것이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평2공장도 군산공장처럼 아예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GM은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10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10종 모두 국외에서 들여온다. 노조가 전기차 유치 등으로 부평2공장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평2공장 가동 중단이 예고되면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평2공장 인력이 새롭게 추가될 창원공장에서는 회사의 일방적인 인원 배치와 조직 개편에 대해 합의 후 시행을 요구하면서 긴급노사협의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사진=뉴시스)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한
현대차(005380) 역시 노조와 인력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열린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신규인원 충원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년퇴직과 자연 감소 인원이 늘고 있지만, 신규 인원 충원은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기아(000270) 노조 역시 '자동차산업 대전환기 고용안정 쟁취'를 올해 임단협 최우선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차 측은 인력 충원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경우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보다 배기 라인이나 전선 배치가 줄어 생산 라인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전기·수소차로 생산하면 고용은 17% 감소, 20% 생산 시 30% 감소, 30% 생산 시 38% 줄어들 전망이다. 연구원은 2026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의 고용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작업 공수가 감소해 근로자는 20%~30%, 부품 수는 3분의 1 정도 줄기 때문에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할 경우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보급이 확대할수록 인력 감소를 놓고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탄소감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급속한 보급 목표 설정이 부품업계 와해와 노동자 대규모 실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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