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에서,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이 전 차관의 폭행 동영상을 못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재판장 김현순)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차관과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경찰 B씨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이 전 차관에게 폭행당한 택시기사 A씨가 나왔다. 검찰은 A씨에게 “이 전 차관의 폭행 동영상을 보여주자 B씨가 어떻게 반응했나”라고 물었고 A씨는 “지금은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검찰 조사에서)진술한 그대로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진술 때는 B씨가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잘못하면 내가 옷 벗을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맞나”라고 재차 묻자 A씨는 “맞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11월8일 이 전 차관과 만나 폭행 사건에 관해 합의했고, 이 전 차관에게 폭행 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영상을 따로 지우지는 않았고 다음날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A씨는 블랙박스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폭행 영상을 경찰에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결과 블랙박스에 담긴 이 전 차관의 폭행 영상을 A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실을 파악했고, 같은 달 11일 A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의 추궁에 A씨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영상이 있다고 답했고 해당 영상을 진씨에게 보여줬다.
검찰은 B씨가 이 전 차관의 폭행 영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허위의 내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또 A씨가 제시한 휴대전화로 폭행 영상을 직접 확인했는데도 결재가 진행 중인 내사결과보고서를 회수해 수정하지 않았다며 B씨가 직무를 유기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차관이 A씨를 폭행할 당시 상태가 어땠냐고도 물었다. A씨는 “술이 좀 많이 된 걸로 기억이 난다”며 답했다. 이 전 차관 측은 폭행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당시에 만취한 상황이었다며 심신미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지난 2020년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앞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사건 발생 이틀 뒤 A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면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은 당초 단순 폭행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봐주기 의혹’이 불거지며 대대적 재수사가 이뤄졌고, 검찰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택시기사 폭행' 혐의와 관련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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