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지사 출마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1일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며 6월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 출마로 그동안 국민의힘 우위로 평가받던 강원지사 선거 판세 또한 변동성이 커지게 됐다. 이 의원은 강원지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으로, 강원도 내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영동과 영서 지역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의 출마 결심은 당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민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선거 때마다 갖은 고난이 와도 저를 믿고 저에게 정치생명을 주셨다"며 "은혜를 갚고 싶다. 강원도에서 도민들과 함께 실험하고, 도전하고, 성공하고 싶다"고 강원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심 원내대표 도전에 마음을 쏟았던 이 의원은 그간 "당이 요청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주위에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지방선거에서 극심한 인물난을 겪는 민주당이 그에게 간곡히 출마를 요청하자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다만, 이 의원은 "당이 강원 전성시대를 열기 위한 5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약속하지 않는다면 저의 출마는 의미가 없다"며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출마 조건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법 통과 △강원도~수도권 GTX 연결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 재난방지 프로젝트 △강원 접경지역 국군 장병 지원 △인구소멸지역 주택의 1가구2주택 제외 등이다. 이 의원은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이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저의 출마는 의미 없다"며 "제가 후보 등록을 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로드맵과 방법 등을 확실하게 내달라"고 압박했다.
이 의원은 13대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친노 정치인이다. 2004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첫 강원지사에 당선됐지만 이듬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지사 직을 상실했다. 이후 2019년 문재인정부에서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21대 총선에 출마해 강원 원주갑에서 당선됐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만큼 친노의 적자였으나 문재인정부와는 일정부분 거리를 뒀다.
강원에서 도지사와 3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 의원은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불렸으나 현 판세는 녹록치 않다. 강원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41.72%)는 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54.18)%에게 12%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득표율에서 크게 뒤졌다. 또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강원지사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19~20일 강원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13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대결을 벌인 결과, 김진태 46.6% 대 이광재 37.3%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밖에서 김 전 의원이 앞섰다. 김 전 의원과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공천권을 놓고 경쟁 중인 황상무 전 KBS 앵커와의 가상대결에서는 이광재 39.1% 대 황상무 38.0%로,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국민의힘은 20~21일 이틀 동안 강원지사 후보 경선을 실시 중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재 의원마저 이번 강원지사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친노 적자가 모두 퇴장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앞서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미투(권력형 성폭력 고발 운동)에 연루돼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축으로 영광과 고난을 함께 한 정치적 동지다.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인물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추격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광재 의원이 만만치 않다"며 "특히 지난 도지사 때 지역에서 평가가 상당히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과거 성과가 있어서 승산은 충분히 있다"며 "강원지사 선거는 막판까지 박빙 상황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서도 이광재 의원의 출격으로 판세가 바뀔 것이라는 내부 기대가 읽힌다. 2010년 이후 4차례 도지사 선거(2011년 보궐선거 포함)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된 데 따른 자신감도 있다. 물론 그 발판은 이 의원이 마련했다. 특히 상대가 김진태 전 의원일 경우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기류가 있다. 5·18 폄훼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김 전 의원과의 중도층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강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허영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 출마로 (강원지사 선거 판세가)대등하게 갈 것"이라며 "김진태 후보와 싸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진태 후보가 갖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TV토론 과정에서 비전과 정책의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또 정치적 핸디캡의 문제들이 하나하나 불거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던 분이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고 상황 변화를 자신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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