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다가오는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석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생존지원금 편성에 집중하며 지역 예산을 늦게 편성한데다, 대선 결과로 인해 민주당의 입지가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은 전체 의석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당초 102석을 확보했는데 성희롱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이 탈당하면서 그나마 3석이 줄어든 숫자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금의 의석 수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서울시와 반년 가까이 예산 싸움을 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후 처음 마련한 본예산에서 44조원을 편성했다.
당시 시의회는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반면 코로나19로 영업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3조원 생존지원금을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예산 의결권을 쥐고 있는 시의회는 서울시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가능하지마 증액하는 것은 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호평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순세계잉여금, 국고보조금, 지방채 발행 등으로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역 상품권 발행 등 이미 2조6000억원어치의 효과가 있는 지원금을 편성했으며 그 이상은 시 재정에 부담이 간다고 맞섰다.
문제는 연말까지 예산 심의가 수차례 미뤄졌다는 점이다. 시의회가 문제로 삼은 오 시장의 공약사업은 서울형 교육플랫폼 구축(32억원), 청년대중교통비 지원(78억원)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이었다. 시정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사업 타당성 검증 보다는 비난 수준으로 오 시장을 몰고가며 시장이 중도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시의회가 '시장발언 중지·퇴장' 조례를 만들어가며 사과를 요구하는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해당 조례는 결국 취소됐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장과 시 공무원의 발언권을 통제하려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독선을 펼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서울시가 7700억원의 생존지원금을 편성하며 예산 편성이 마무리됐지만 문제는 추경안에서도 예산 싸움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본예산에서 삭감된 서울런, 영테크(재무상담) 등의 사업을 다시 편성했고, 시의회는 "삭감 예산을 또 편성하며 시의회를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본예산 때는 오 시장 공약 사업 삭감을 빌미로 생존지원금 편성을 요구했다면, 추경안에서는 지역 사업 예산과 불교 문화 관련 사업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예산 편성 당시 생존지원금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시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대거 포기했던 영향이 크다. 김인호 의장을 포함해 다수의 시의원들이 구청장 출마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 입장에서는 추경을 통해서라도 지역 예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4조원 가량의 추경안 심사는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으로 또 다시 파행을 맞으며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오 시장 공약 사업이 일부 원안대로 복원되고 시의회가 편성을 요구한 지역 예산도 대부분 통과되면서 예산 전쟁을 마무리됐다.
그러나 시의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예산 전쟁이 여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지원금으로 마련된 소상공인 지킴자금은 5000억원이나 편성됐으나 실질적으로 3000억원을 소진하는데 그쳤는데, 차라리 나머지 예산을 지역 사업에 편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심지어 소상공인 지킴자금은 중복 지원 금지 요건 등이 까다로워 자영업자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민주당의 예산 편성 방안은 중앙정부의 가이드가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안다"며 "압도적인 의석 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뒤늦게 지역 예산을 챙기기 위해 추경안에서도 갈등을 일으킨 것이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우)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월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민생지킴 종합대책 발표 후 질의응답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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