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마련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으로 6대 범죄 중 2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유지됐고, 보완수사도 할 수 있게 됐지만, 검찰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하자 검찰총장부터 대검 차장검사, 전국 고검장까지 중재안에 반발하며 검찰 수뇌부 총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검찰 보완수사 폐지 문제점에 대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중재안에서 보장된 직접 수사권은 '시한부 수사권'이라 주장했다. 중재안에 6대 중대 범죄 중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검찰의 직접 수사권에서 삭제하고 부패·경제만 남기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중재안 5항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치와 동시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즉시 폐지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법률안 심사권을 가진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를 구성해 특위 구성 6개월 내로 중수청 설치법을 만들고, 입법 1년 내로 중수청을 출범할 계획이다. 예세민 대검 기조부장은 "중재안이 1년 6개월 안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못을 박은 거다"고 꼬집었다. 국회가 4월 중으로 중재안을 처리하면 오는 2023년 10월쯤부터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중재안이 보완수사 권한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동일성·단일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중재안 4항은 "검찰 시정조치 요구사건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공범·여죄·무고·위증 등 추가적인 혐의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예 부장은 "단일성과 동일성은 재판과정에서 사용되는 개념인데 수사 과정에서 한 번도 이런 식의 제한을 받은 적 없는 생소한 개념"이라며 "사실성 기소되어 올라온 그 사람, 그 죄명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여죄가 발견된다고 해도 직접 수사는 못하고 내려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형사부 검사들의 보람은 단순 1명짜리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조직적 사기 또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범죄의 단일성, 동일성 따지다가 증거 인멸되고 범인은 중국으로, 태국으로 도망가도 우리 국민들은 법을 잘 만들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6대 중대범죄 중 4개 범죄만을 남긴 기준도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범죄 유형으로 수사 기구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데 어떤 것은 직접 수사권을 남기고 어떤 것은 폐지하냐는 것이다. 평검사 대표회의는 이날 입장문에서 "4개 중대범죄를 현재 검찰 직접수사에서 제외하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입법의 의도를 알기 어렵고, 특히 공직자범죄·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수사를 박탈하려는 것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김 지검장도 선거 범죄를 검찰 권한에서 제외한 것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지방선거가 오는 6월1일이고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인데,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 중에 검찰의 수사 수사권이 사라지게 된다. 중재안 8항에 따르면 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되는데, 여야가 법안을 4월 내로 처리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오는 8월 말 9월 초께부터는 검찰이 수사하던 선거 범죄도 죄다 넘겨야 한다.
김 지검장은 "선거범죄는 시효문제, 선거운동의 복잡한 법리 문제 등 어렵고 실수도 많은 범죄인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수사를 못 하게 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며 "검경이 수사 개시부터 합동으로 수사하도록 하면 효율적"이라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 (그래픽=연합뉴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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