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해병대 전방 연평부대서 선임병들이 집단구타·성고문"
군인권센터 "연평부대 가혹행위 반복…해체해야"
2022-04-25 13:17:51 2022-04-26 09:00:13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해병대 전방부대인 연평부대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집단구타, 성고문 등 가혹행위가 발생했다고 군인권센터(센터)가 폭로했다. 센터는 해당 부대 내에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지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며, 국방부의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연평부대의 해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구타, 성고문, 식고문 등 가혹행위가 발생했고 간부들이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웃어넘기며 방치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는 2022년 3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선임인 A병장, B병장, C상병은 같은 생활관을 쓰는 피해자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고, 성고문과 성추행으로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며 피해자를 놀이감 정도로 취급했다.
 
C상병은 피해자가 생활관 복도에 앉아 있으면 갑자기 뒤통수를 때리고 지나가거나, 뺨을 치고, 멱살을 잡곤 했다. 가혹행위는 슬리퍼 소리가 난다거나 심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수차례 성고문까지 자행했다. A병장과 B상병은 피해자 배 위에 올라가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배를 꼬집고, 젖꼭지에 빨래집게를 꽂고 손으로 튕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 피해자의 몸에 ‘육변기’라는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할수록 더욱 심하게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피해자는 “고통과 수치심을 꾹꾹 누르면서도 부대 악습에 따라 선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음모를 밀고 이를 조롱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거부했지만 강제로 이뤄졌다. 피해자가 “아픕니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던 C상병 역시 성고문을 부추기기만 했다. 이후 피해자가 흡연실로 갔고 뒤따라 B상병과 F상병이 들어왔다. 둘은 CCTV가 비추지 않는 곳으로 가서 피해자에게 옷을 벗고 성기를 보여주라며 위협했다. B상병은 흡연실에 온 선임들에게 피해자가 성기를 꺼내 보이도록 강요했고, 선임들은 웃으면서 흡연실을 빠져나갔다. 센터는 “이는 명백한 성희롱이며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센터에 따르면 현재 피해자는 중증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면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센터는 “피해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정신과적인 진료를 계속 받고 있음에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있는 연평부대는 끊임없이 구타, 가혹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부대 해체에 가까운 정밀한 진단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행위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평부대는 3년 전에도 부대 내 가혹행위가 드러나 사회적인 파장을 부른 바 있다. 센터는 “이번 사건도 부대 간부가 대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간부의 방관과 대물림되는 인권침해 속에 피해자들의 고통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불구속으로 수사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센터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해병대 사령관 김태성에게까지 보고 됐지만, 해병대 사령관은 인권 존중을 위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며 구속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추는 등 범행 축소 및 은폐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센터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 신고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불구속 수사로 인해 피해자는 절망과 공포의 구렁텅이에 있다”며 “해군 검찰단은 가해자 3인을 즉각 구속수사하고, 해병대 군사 경찰대가 불구속 수사를 내세운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반복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연평부대를 해체하는 등 국방부가 해병대 인권침해 사건 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전방부대 병사 간 집단 구타·성고문 사건 폭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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