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포스코(005490)가 최우선 가치인 ‘안전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철저한 작업중지권 시행과 안전 시설 확충, 협력사 지원 강화 등으로 ‘생산우선’이 아닌 ‘안전우선’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지난 3월 포스코 대표이사로 선임된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포스코그룹 모태인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안전에 대한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돼서는 안 되는 최우선 가치”라며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현장 구성원 모두가 다치지 않고 건강히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4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포스코)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 시행
포스코 안전 최우선 경영의 핵심은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신설한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은 생산보다 안전이 우선이란 제철소 운영 패러다임 전환이 핵심이다.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은 △‘생산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의 전환 △작업중지권 철저 시행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 관리 지원 강화 △직원 안전교육 내실화로 구성된다.
포스코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설비 가동 중 일체의 정비·수리 작업을 금지하는 원칙을 세워놨다. 작업자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작업자 동의를 받은 뒤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신문고 제도를 신설해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모든 제철소 근무자가 불안전한 작업을 요구받거나 안전 위협 요소를 발견할 때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즉시 조치할 수 있다.
포스코는 안전 관련 스마트 기반시설도 늘리고 있다. 탈부착 가능한 휴대용 CCTV와 바디캠 보급을 확대해 안전 사각지대 없는 현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작업 전 밀폐공간 내부 파악이 가능한 ‘스마트 세이프티 볼(Safety Ball)’도 개발했다.
협력사 안전 관리를 전담 지원하는 협력안전지원섹션도 신설했다. 협력안전지원섹션은 협력사 위험개소 개선, 안전 작업 수행 지원, 안전 관련 정보 공유 등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제조업 사업장 최초로 안전교육 여건이 취약한 용역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보건 활동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안전버스’를 운영을 시작했다.
직원 교육도 강화한다. 포스코는 “안전 UCC 활용을 늘려 직원들이 현장 안전 수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외부 안전 전문 강사진의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며 “제철소 공정 위험관리 전문가도 육성한다. 안전기술 아카데미도 세워 안전역량이 향상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직원들이 스마트 세이프티 볼과 연계된 휴대폰 앱을 통해 밀폐공간 출입 전 가스 농도를 사전 확인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스마트 세이프티’ 도입…최신예 안전 관리
포스코는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등대공장’ 선정으로 증명된 스마트 기술력을 토대로 최신예 안전 사업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등대공장은 4차산업혁명 기술로 생산성과 품질,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지능형 생산공장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1월과 7월 선정한다.
포스코는 사물인터넷(IoT)과 빅 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기술 경향을 접목한 최적의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조업 체계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안전 시설물 보완이나 제도적 장치 강화만으로는 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안전 활동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세이프티(Smart safety)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위험 작업의 자동화와 위험 예지 스마트 기술 구현, 안전 관리의 스마트화 등으로 재해 예방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재해 위험이 높은 수작업 대체를 위해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장치 개발과 로봇 적용을 통한 ‘위험작업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스마트 세이프티 볼(Smart safety ball), 스마트 워치(Smart watch), 스마트 CCTV 등 ‘위험예지 스마트 기술’을 통해 작업자의 불안전 행동과 위험 상황을 조기 감지하고 신속한 공유를 통해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안전작업허가 스마트화’도 추진해 협력사와 안전 관련 정보를 수평적으로 나누고,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로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예정이다.
투자 확대로 안전 기반시설 강화
안전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한창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노후설비 교체 △밀폐공간 시설물 보완 등 제철소 설비 개선 △안전 전담 조직 신설과 전문가 영입 △협력사 안전 작업 수행을 위한 지원 활동 강화 △설비 검사 강화 등에 1조3157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후·부식 대형 배관, 크레인, 컨베이어 벨트 등 대형 설비의 전면 신예화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 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와 보강 △안전통로, 방호울타리, 작업발판 등 안전시설물 일제 점검과 개선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강화와 실제 같은 교육 훈련 기반시설 구축에 1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 직원이 작업 현장에 스마트 세이프티 볼을 부착해 실시간으로 유해가스를 측정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협력사 참여형 설비투자’ 시행
포스코는 제철소 설비투자 때 협력사들로부터 안전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는 과정을 도입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세우고 있다.
협력사 의견 반영 과정은 △개선의견 청취 △설계 반영 △점검 등 3단계로 운영된다.
우선 제철소 설비투자 사업 발생 시 투자 검토 단계부터 해당 설비 관련 협력사의 안전 개선 의견을 반드시 포함해 투자 발의하도록 의무화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협력사가 포스코 안전과 조업, 정비 부서 등과 세부 방안을 논의해 반영키로 했다. 이후에도 협력사가 설비 점검에 직접 참여해 개선 아이디어가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7월 승인돼 올해 추진 중인 ‘광양 3, 4, 5고로 송풍설비 교체 사업’이다. 포스코는 송풍 설비를 정비하는 협력사 의견을 반영해 펌프 등 무거운 물건들을 편하게 옮길 수 있도록 호이스트(고리 모양의 훅을 이용해 화물을 들어 올리는 장치)와 레일을 설비 상부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호이스트를 통해 중량물을 걸고 레일로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포스코는 운반 중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사고와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추진해 투자가 완료된 ‘포항 2냉연공장 수처리 냉각탑 분배조 교체 사업’에도 협력사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냉각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탑 상부에 설치하는 분배조와 분배조 커버를 내식성이 강한 스테인리스로 제작해 부식이나 변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분배조는 냉각탑 아래로 냉각수가 분산 낙하되도록 해 냉각수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설비다.
포스코는 커버의 돌출된 손잡이들도 작업자의 발 걸림 위험을 고려해 맨홀처럼 내부로 삽입된 형태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비좁은 정비 공간을 넓혀 충분한 작업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전한 고층 작업을 위해 사다리와 안전 로프 등도 추가 설치하기로 하는 등 협력사 의견을 반영해 안전 작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도 설비투자 사업 추진 시 제철소 내 모든 근로자가 안전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협력사와 함께 안전 개선 사항을 지속해서 발굴해 투자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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