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검수완박과 내각인선은 '대박' 아닌 '쪽박'
2022-05-06 06:00:00 2022-05-06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임기를 1주일 밖에 남겨 두지 않은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공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거사였다. 검찰 수사권을 기소권과 완전히 분리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이로써 완결된 셈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문재인정부는 검찰 충돌 정부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지난 2017년 국정 농단을 계기로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정부의 기반은 촛불 민심이었다. 타락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고 국정 개혁을 통해 국리민복을 달성해야만 하는 과제와 사명이 주어졌다. 검찰 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해 왔고 스스로 비대한 권력 집단이 되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개혁도 민심과 절차를 도외시한 일방 독주는 안 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 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탄생했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조정되었으며 검찰 수사권은 6대 범죄만 남게 되었다.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가 해당된다. 모든 수사가 아닌 6대 범죄가 국가 중대 수사임을 감안하다면 일정기간 안정될 때까지 검찰의 수사권 유지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문 대통령 임기 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고 결국 통과시켰다. 문재인과 이재명 지키기란 비난을 감수하며 이뤄낸 결과다.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질 때까지 경제와 부패 수사는 검찰에 남아 있게 되었고 선거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포함된다. 별건 수사는 거의 불가능해졌고 검찰 보완 수사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가 가장 크게 비난을 받는 부분은 국민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대한 명분을 내세운 거사라도 민심을 역행한다면 그 후폭풍은 다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굿소사이어티가 지난 30일 여론조사공정에 공동으로 의뢰해 실시한 조사(전국1506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응답률6.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자는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찬성 의견이 40.6%로 나타났고 반대 응답이 53.4%로 찬성보다 더 많았다. 질문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여론은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편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국민 투표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검수완박 결정을 국민 투표로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 정도인 61.3%는 검수완박법안을 국민 투표를 붙이는 것에 대해 찬성이다. 간단히 말해 검수완박은 민심을 역행한 법이다.
 
민심을 화나게 한 정치권의 만행은 검수완박 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한 제1기 내각 인선은 '논란과 의혹 백화점'이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방석집' 이슈가 터지자마자 사퇴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가 김 후보자의 제자인데 소위 '방석집'에서 논문 심사를 했다는 의혹이다. 그 외에도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금 가족 수여 등 수 많은 논란 속에 낙마했다. 인선된 후보자 중에는 사퇴한 김 후보자보다 훨씬 더 많은 논란과 의혹이 있는 후보가 한 둘이 아니다.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마저 싸늘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사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9~30일 실시한 조사(전국1012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7.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찬성이 36.8%, 반대가 46%로 반대가 오차 범위 밖으로 더 높았다.
 
검수완박법과 내각인선안 모두 국민 여론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감언이설을 들이댈 뿐 정작 행동은 자기 세력의 이익과 측근들의 자리 나눠먹기나 다를 바 없다. 검찰 개혁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국민이 그것으로 두 동강 나버린다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법이 되고 만다. 최고 학벌에 제 아무리 전문성이 탁월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면 두고두고 정권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다. 국민 여론에만 초점을 맞춘 포퓰리즘 정치를 하란 말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 가는 공감하는 지도자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평가는 훗날 따로 있겠지만 국민 여론만 놓고 보면 검수완박과 내각인선은 '대박' 아닌 처참한 '쪽박'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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