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시대가 열리며 검찰 조직이 다시 격변기에 직면했다. '인사태풍'이 임박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한직으로 밀려난 특수부 출신, 그 중에서도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검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기능 정상화' 일환으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등 부활을 직접 예고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복귀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및 한 후보자와 함께 특수부에 몸을 담았다가 좌천된 '칼잡이'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선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고형곤 부장검사(31기)는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좌천돼 현재는 포항지청장을 지내고 있다. 같은 부 강백신 부부장검사(34기)는 정경심 전 교수 공소유지를 맡던 때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나서 공판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이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이원석 부장검사(27기)는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가 2020년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된데 이어 지난해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지검장은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부터 윤 대통령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인물이다. 2016년 당시 같은 부 단성한 부부장(32기)도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에 이어 청주지검 형사1부로 전보됐다.
대선 비자금 사건 수사 때부터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사건 등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박찬호 현 검사장(26기)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2020년 제주지검징, 이듬해 광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대통령 측근 중에 거의 유일하게 제자리를 찾아간 검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 물망에 올라 있다.
법무부장관 공석 상태에서 13일 취임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권한대행으로서 조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먼저 검찰 지휘부인 대검 차장검사 자리에 측근을 앉혀두고, 한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면 본격적으로 특수부 출신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 전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 원포인트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과 ‘50억 클럽’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 사건 등을 맡고 있다. 수원지검에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역시 이 고문이 관련돼 있다. 대전지검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다.
검찰 안팎에선 좌천됐던 특수부 출신 검사들 복귀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국회가 검사의 업무 자체를 박탈했다”며 뛰어난 수사 기술을 갖춘 검사들의 중앙 집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 정권 때 친정권 검사들이 능력에 비해 요직을 차지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며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그간 너무 홀대됐었다. 다들 원래 자리 찾아가는 자리를 찾아가는 식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부 출신 검사라고 해서) 너무 과도하게 우대를 받는 것도 안 되고, 과도하게 홀대를 받아도 안 된다”면서 “능력대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에 대해선 “본인이 직접 인사도 해봤고, 검사들에 대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한 후보자가) 패거리 문화를 옛날 방식이라고 여기는 만큼 그런 인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특수부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도 “대통령과 가깝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 정권에서 밀린 능력 있는 검사들에 대한 (복귀)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새 정부의 검찰 인사는 지금껏 왜곡된 인사 시스템을 바로 잡는 게 첫 번째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스스로 ‘편 가르기 인사’ 압박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검찰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해 나라 전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시각이 서초동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미래통합당 시절 언론에 공개한 2016~2020년 검사 퇴직 현황을 보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2019년 한해 총 110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났다. 2020년 1월~7월 말까지는 39명이었다. 상당수가 경력 20~25년차의 중견 검사들로 당시 윤 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인사를 보고 사퇴한 검사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사퇴한 부장급 검사들과 비슷한 연차인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이 관행을 깨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취임하면서 검사들 사이에서는 능력 중심의 '합리적 인사'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컸다"면서 "그러나 막상 뚜껑을 딴 결과를 본 뒤에는 '실망 반, 절망 반'이라는 공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실망감을 느낀 검사는 스스로 윤 총장의 측근이라고 생각한 검사들, 절망감을 느낀 검사들은 '코드인사'에 희망을 잃었다는 얘기다. 이 간부는 "실망 보다는 절망한 검사가 더 많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력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수완박’으로 인해 특수부 자체 기능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새 정부 들어)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많이 발탁될 것 같다”며 “지금도 검찰 내부에 상대적으로 (반윤석열뿐 아니라 비윤석열 등 검사들이) 너무 소외됐는데 지금까지 단행한 청와대 인사처럼 (검찰에도 윤 대통령 측근 위주로) 인사를 한다면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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