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인상한 가운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상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가 연내 2.25~2.5%까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의 3% 성장률 달성이 어렵고 물가는 4%대 중반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만장일치 1.75% 인상…연내 2.25~2.5% 관측
금통위는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 수준에서 0.25%포인트 높인 1.75%로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의 구체적 인상 시기에 대해 이 총재는 "이를 명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5월 나오는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도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비 진작,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등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물가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연말까지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는 평이다.
올해 금통위는 하반기 네 차례 남았는데, 단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 차례에 0.25%포인트씩 2~3번만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연내 기준금리는 2.25~2.5% 수준에 이른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빅스텝 단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가 일반적으로 더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항상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미국은 물가가 8%대로 높은 수준이고 성장률은 견고한 상황인 만큼 미국이 더 빨리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금리차가 역전되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나거나 환율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올해 물가 4.5% 이를 것…성장률은 2.7% 불과할 듯
이날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 2월 전망치인 3.1% 크게 상회해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인 3%에서 0.3%포인트 낮은 2.7%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는 4.4%, 하반기는 이보다도 더 높은 4.6%까지 예측했다.
한은이 해당 연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4%로 제시한 것은 2011년 7월(연 4% 전망)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초다.
내년의 경우 상반기 물가 3.3%, 하반기 2.5%로 관측했다. 또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3.2%,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차질 심화 등의 영향에 물가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아울러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 회복세 강화, 신성장 부문 투자 확대, 중국 경기 부양책 확대의 상방 리스크와 중국 봉쇄 조치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금융여건 악화 등 하방 리스크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치솟은 물가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기준금리 인상밖에는 없다"며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하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는 꾸준히 0.25%포인트씩 오르는 베이비스텝의 경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26일 기준금리를 1.75%까지 인상한 가운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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