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서울시가 철도 민간사업자를 모집할 때 무인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가 차후 무인 시스템을 불허하더라도 사업자에 추가 인건비를 보조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오직 무인 시스템을 전제한 모집으로 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추후 사정 변경을 서울시로서는 알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지난 4월14일 서울 최초의 무인열차인 우이신설선 사업자인 A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운영 보조금 인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사업 공고 당시 무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했지만 그게 곧 무인 운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도시철도 운전이나 운영은 철도안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가 운영형태를 미리 확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A사는 법령이나 정책 변경으로 인해 무인열차 운영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A사에 대한 무인운영 미승인은 A사의 철도안전관리체계가 안전관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A사의 운영 초기 사고와 수습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A사는 우이신설선 열차 인력 감축을 허가하지 않은 서울시를 상대로 인건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2006년 우이신설선 민자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에서 무인운영 시스템을 요구했고, 이에 2009년 A사는 서울시와 열차 무인운영을 전제로 점차 관리 직원을 축소하는 등의 운영비용을 산정해 서울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A사가 체결한 실시협약은 민간투자법 방식으로 민간사업자가 지은 시설의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가 갖는 대신 일정 기간 민간사업자에게 시설관리 운영권을 인정해 운임 등을 거둘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해당 실시협약에는 철도 운영이 예상된 2013년부터 무상사용 기간이 종료되는 2044년까지 운영비용은 53억원부터 0원까지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A사의 운영인력 감축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A사가 2018년 서울시에 운영인력 감축 내용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자 서울시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이듬해 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실시협약 체결 당시인 2009년에는 사업자가 안전관리규정 등을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만 받으면 됐다”라며 “2014년과 2016년 관련 지침 개정으로 무인 운영이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인운영이 불가능해져 인건비 등 운영비용이 현저히 증가했다”라며 “정책변경이 있으면 보조금을 요구할 수 있으니 서울시의 추가로 소요된 인건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재판부는 “A사에 대한 무인운영 미승인은 A사의 철도안전관리체계가 안전관리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A사는 2021년 8월23일 운영인력 감축 내용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도 운영비용이 절감됐다고 운임 인하나 절감액의 환수를 요구할 수 없다”라며 “실제 운영비용이 실시협약과 다르더라도 원칙적으로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 신설선 차고지.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