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6·1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 교육감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혁신학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학생인권조례 등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9개 지역은 진보, 8개 지역은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과 세종, 울산, 광주, 충남, 전북, 전남, 인천, 경남에서 진보 후보가 이겼고 경기와 부산, 대구, 대전, 경북, 강원, 충북, 제주에선 보수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
지난 수년간 교육감 선거는 진보 후보가 압도적으로 활약해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14년에는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2018년에는 14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승리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진보 교육감 수가 월등히 많은 덕에 이들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도입과 자사고 폐지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보수 교육감으로 바뀐 교육청이 늘면서 진보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보 교육감의 상징적인 정책인 혁신학교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혁신학교는 경쟁과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지양하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토론과 체험을 중시하는 학교 형태를 말한다. 보수 진영은 이런 교육 방식이 학력저하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에 당선된 진보 성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왼쪽)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의 혁신학교 수는 총 2746개교로 이 중 50.7%(1393개교)가 경기도에 몰려있다. 보수 성향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혁신학교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혁신학교는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해 엄정하게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겠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자사고 존치와 관련해서도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에선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고교 다양성을 강조하며 이들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사고 폐지의 법적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들 학교를 살릴 수 있다.
다만 자사고·외고 지정·취소 권한은 교육감이 가지고 있어 지자체마다 이를 두고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 성향 교육감은 정부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진보 교육감은 지정·취소를 미루며 정부의 정책 추진을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학생인권조례를 두고도 진보와 보수가 의견 차이가 극명하다. 보수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들의 자유가 커지면서 교권이 추락했다고 보는 반면 진보는 학생의 인권 보장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서울과 경기 등 6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현 서울시교육감)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직원 월례조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생을 더 때리는 시대, 권위적인 학교 문화로 돌아갈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며 "혁신교육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혁신적 보수의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