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대 90…민주당 위기 본질은 '초라한' 민심 반영비율
국민의힘, 컷오프서 민심·당심 '절반씩'…이준석 돌풍의 원인
줄서기·계파정치·팬덤정치의 원흉으로 지목 …민주당 내부서도 "변화" 목소리
2022-06-08 16:27:34 2022-06-08 16:27:34
지난해 10월9일 당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기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의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8월로 예정된 가운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10%에 불과한 일반국민 여론조사(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컷오프시 민심 반영 비율을 50%로 크게 높여 이준석 대표 등 신진세력의 등장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출범한 우상호 비대위가 전대 룰 개정 논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전대 룰 개정을 놓고 계파별로 확연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앙위원회의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해야 한다. 민심 절반이 반영되는 국민의힘과 달리 당내 세력 없이는 본선 진출조차 꿈을 꾸기 어렵다. 본선에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일반국민 여론조사 10%의 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를 놓고 친명계는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권리당원 기준을 현행 '6개월 이상 당비 납부' 규정에서 3개월로 단축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난 20대 대선 직후 권리당원으로 대거 입당한 '개딸'(개혁의 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개딸'은 이재명 의원의 절대적 우군이다. 이에 맞서 친문계는 '현행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리당원의 경우 이재명 의원 지지세가 강한 반면 대의원은 국회의원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친문계는 의석수에 있어 친명계를 압도한다.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60표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다.(대의원 1만6000여명, 권리당원 80만명) 원칙적으로 1인1표제, 표의 등가성 원칙과는 맞지 않다.
 
다만 양측 모두 현재 과도할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는 당심(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 반영 비율의 조정에 대해서만 논쟁을 벌일 뿐, 민심(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데 대해서는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철저히 이해관계에만 충실한 권력다툼이다. 
 
지난해 6월11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민주당이 민심과 부합하는 쇄신을 위해서는 당심 반영 비율을 줄이고, 민심 반영 비율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적절한 비교 대상이다. 민주당은 대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 일반당원 여론조사까지 당심이 90% 반영되지만,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의힘의 경우 예비경선(컷오프) 문턱에서 당심과 민심 반영 비율을 50%로 동일하게 맞췄다. 민심의 압도적 지지만 있으면 당내 세력이 없어도 본선 진출이 무난하다. 국민의힘은 본선에서도 민심 반영 비율을 30%로 적시, 민심의 통로를 마련했다. 
 
이는 결국 0선의 30대 젊은 정치인 이준석의 탄생을 불러왔다. 이 대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조직력을 민심에서 압도하며 예비경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설마' 하던 의심은 이준석 대표 체제로 이어졌고, 국민은 외면했던 국민의힘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 스스로도 전당대회 이전 컷오프 통과를 목표로 했을 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다. 당대표 경선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높여 효과를 본 국민의힘은 대선 예비경선에서는 100%, 본경선에서는 50%로 여론조사 비중을 더욱 상향했다.
 
이는 지금의 위기가 민심과의 괴리에 있는 민주당에게 교훈이 된다. 강성 지지층(팬덤)에만 의존하면서 팬덤정치는 당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파'가 그랬고, '개딸'이 그렇다. 특히 이들은 당내 경쟁자에게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문자폭탄 안 받으려면 팬덤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강성 지지층을 확보한 계파에 의원들은 줄서기를 하며 자기생명(공천) 연장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쇄신 자체가 통할 수 없는 꽉 막힌 당대표 선출 구조가 민주당 위기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일 KBS '여의도 사사건건'에 출연해 "10% 정도 여론조사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이른바 강성 지지층 혹은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며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한 30% 되는데 70% 정도의 국민들 목소리를 들으려고는 안 하고 나머지 우리 좋아해 주는 사람들만 데리고 100% 경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행동을 하겠나. 문자 보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팬덤 정치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의힘처럼 여론조사 비중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이 말씀하신 부분 중에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있었다"며 "우리도 아예 국민의힘과 유사하게 일반국민 50%, 당원 50%, 이렇게 (기존 방식을)한참 뛰어넘는 변화를 꾀해보자는 말씀들이 있었다. 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정개특위원장도 전날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권리당원을 높이자, 일반당원을 높이자 이런 싸움을 하지 말고 당원을 50%로 다 묶어서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와 합해야 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로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전대 룰 개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제 개인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 당내 의견을 좀 더 들어보겠다"며 "룰 변경은 당내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심의 반영 비중을 높여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론조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 그러면 당원들 중심으로 싸우게 되고, 오히려 더 큰 문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절충을 해야 되기 때문에 민심을 많이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과거에 대의원 비중이 45%까지 높아진 이유가 당 내부의 열성 지지자, 극렬 지지자인 권리당원의 비중이 강화되면 그쪽 목소리가 너무 커지니까 당의 분열을 염려해서 그런 것"이라며 "최근 국민의힘 개혁을 보면 민주당도 내부에서 합의할 수만 있다면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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