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신주인수권증서 가격이 하루에만 150% 넘게 급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증서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신주인수권증서의 급등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며, 이상 급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주인수권증서의 경우 상장 기간이 짧고 보통주의 가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만큼, 결국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구주주청약에 들어가는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청약 권리를 증명하는 신주인수권증서 에코프로비엠15R 124만7167주가 지난 8일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에코프로비엠15R의 상폐 직전 종가는 12만4600원으로 상장 첫날 고점(25만9000원) 대비 51.89%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15R은 지난달 30일 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높은 등락 폭을 보였다. 상장 첫날 10만3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에코프로비엠15R은 장중 급등세를 보이며 오후 1시께 25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거래시작 4시간여 만에 무려 151.46% 급등한 것이다. 이날 고점 기준 에코프로비엠15R의 시가총액은 3230억원으로 에코프로비엠 계열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시가총액(약 6800억원)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표=뉴스토마토)
에코프로비엠15R에 수급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지만, 신주인수권증서가 어떤 상품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급등세에 올라타긴 힘들다.
신주인수권증서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때 기존 주주가 신주를 먼저 배정받는 권리를 표시하는 증서를 말한다. 신주인수권증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면 향후 유상증자에서 10~12개(초과청약 포함)의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주식등락 폭에 제한이 없고, 상장 후 5거래일만 거래되기 때문에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신주인수권증서 투자 판단에는 ‘이론가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론가격은 현재 주가에서 신주발행가격을 뺀 금액이다. 신주인수권증서는 말 그대로 신주를 살 권리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의 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높다면 신주인수권을 팔고 본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
에코프로비엠을 기준으로 보면, 에코프로비엠의 유증 1차 발행가는 38만7600원다. 에코프로비엠15R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30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48만9200원이었다. 이날 신주인수권을 매수한다면 10만1600원(이론가격) 이하에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10만1600원짜리 권리를 사서 38만7600원에 유증을 받는 다면 시장가격과 같은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에코프로비엠15R을 고점(25만9000원)에 산 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 신주 1주를 시장가보다 15만7400원 비싸게 산 셈이다.
이 같은 신주인수권증서의 이상 급등은 올해들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상장한
하나투어(039130) 신주인수권 하나투어14R이 상장 첫날 장중 20% 넘게 상승해 2만550원(이론가격, 1만4000원)까지 올랐고,
코스모화학(005420) 신주인수권증서도 상창 첫날 장중 40%넘게 오르며 5420원(3550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신주인수권증서의 급등락에 대해 정상적인 상승세로 보기는 힘들다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증서의 가격이 높아질 경우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만들어진다”며 “신주인수권증서는 상장기간이 짧고, 가격제한폭이 없는 만큼 급등락의 주기도 짧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주의 주가와 관계없이 신주인수권증서의 가격이 급등했다면 특정세력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증서의 가격은 결국 현재 주가와 유상증자 발행가 사이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신주인수권가격이 유상증자 발행가와의 차액보다 커지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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