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주최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장윤서 기자] 지난해 4·7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대 대선과 6·1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하며 위기에 빠진 민주당이 자성론을 꺼내들며 쇄신 방안을 모색했다. 패인으로는 문재인정부 실정, 이재명 책임론, 당의 미진한 대처 등이 제기됐다.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수 분출됐다.
민주당은 15일 초·재선의원들이 주축인 '더좋은미래'를 시작으로 재선의원 모임,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까지 토론회 3개를 동시다발적으로 열고, 패배에 대한 진단과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두 차례 열렸던 이탄희 의원 중심의 초·재선의원 평가토론회의 경우 자유토론을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이날은 더민초를 제외한 나머지 두 토론회가 모두 공개돼 계파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3개 토론회에서 나온 핵심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반성이었다.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원인을 냉철하고도 객관적으로 분석해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 의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또 이대로는 2년 뒤 22대 총선에서도 패배라는 위기의식에, 모두가 계파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로 민주당 위기 극복을 위한 평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정 계파를 망라한 51명이 소속된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미래는 이재명 리스크, 당의 미흡한 대처, 문재인정부 실책 등을 선거 패배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정부, 이재명 의원, 민주당에 다 있다"며 "복잡적인 패배 원인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객관성이 부족하고 내부 분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6·1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서는 "대선 직후에 치러진 선거라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48명의 의원들로 꾸려진 재선의원 모임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롯해 이재명 책임론, 검수완박 법안 강행 등을 주요 선거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친문 신동근 의원은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봐야 한다"면서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책임론 관련해 "자성과 성찰도 없이 대선 시리즈2를 만들었다. 국민들에게 '저 세력은 반성과 자성이 없다'고 비쳤다"며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과정을 놓고 보면 이런 코미디가 없다. 계양을 자리를 이재명 의원이 넘겨받았는데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친명 김병욱 의원은 "우리 당이 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못 얻었을까 생각하면 조국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 검찰개혁에만 매몰된 태도, 소상공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책, 박원순·오거돈 사태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초선의원 80명이 속한 더민초는 '내로남불'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태도, 약속을 해놓고 번복한 이런 부분들이 지난 4·7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도 우리가 완전히 이것을 개선하고 바꿔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졌음에도 기존 약속을 깨고 후보들을 냈다. 결과는 참패였다.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승리 방안과 초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2022년 대선승리 위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모임)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의원이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터져나왔다. 김기식 소장은 "국민의힘은 이준석, 한동훈, 오세훈, 안철수가 경쟁해서 대선후보로 나설 텐데, 우리는 이재명 의원 1명을 4년 내내 끌고 가서 다음 대선을 해야 한다"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4년 동안 제왕적 총재를 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정계를 은퇴하지 않았나. 우리가 이회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송갑석 의원은 "김 소장이 이회창의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저는 이회창의 길 이전에 황교안의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더 큰 염려를 드러냈다.
더민초도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에 책임이 있고,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인사들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재명, 홍영표, 전해철 등 친명과 친문을 대표하는 이들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다.
재선의원 모임 사이에서는 이재명 책임론 관련해 친문(문재인) 대 친명(이재명) 간 생각이 다소 달랐다. 친문 신동근 의원은 "이재명 의원에게 책임을 말하는 게 정계은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책임지고 순서가 되면 다시 나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우리 당에 필요한 게 반성과 성찰인데 이재명 의원뿐만 아니라 홍영표, 전해철 등 문재인정부 실패, 대선·지선 패배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에 나올 차례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친명계는 당 책임론을 강조하며 이재명 의원 엄호에 나섰다. 김병욱 의원은 "지방선거 다음날 페이스북에 10명 이상의 의원들이 일제히 (이재명)책임론을 거론했다"며 "패인을 분석하고 책임 경중을 따져야 하는데 정치 공세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종성 의원도 "누구를 탓하거나 잘했다고 평가하기보다 민주당이 민생정당으로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두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인 7인회 소속이다.
김광연·장윤서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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