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대 주역들)"융복합 기술로 작지만 강한 기업될 것"
(토마토TV 연중기획)①장준근 나노엔텍 대표
2010-09-20 20:14:32 2010-09-24 09:18:11
"우리 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젊은 기업입니다."
 
올해로 기업 경력 11년차를 맞은 나노엔텍을 어떤 회사라고 설명해야 할까.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나노엔텍 본사에서 만난 장준근 대표는 "굉장히 특별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노엔텍의 전립선암 진단기기 FREND
 
"이건 전립선암을 보는 진단키트예요. 이 안에 파이펫(pipette : 실험실에서 소량의 액체를 재는 용도 등으로 쓰는 작은 관), 그릇, 항체, 버퍼, 온도가열기, 밸브, 펌프, 원심분리기와 진단약 5가지 등이 들어 있습니다.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자동으로 그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 카드 한 장이면 전립선암에서 나올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몇 나노 그램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몇 시간, 몇 일이 걸려야 알 수 있던 것을 단 5분이면 알 수 있는 시대를 연거죠. 이제는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간암, 대장암 등 모든 종류의 암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장 대표의 눈빛에는 '확신'같은 무언가가 서려있었다. 지난 2000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도, 연구를 멈추지 않아온 그의 '뚝심'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었다.
 
 
나노엔텍은 2006년 주식 스와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하고도 2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 전까지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은 300억원 규모. 불굴의 의지로 '연구개발' 한 길만을 걸어온 나노엔텍은 지난해 13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분류돼 있는 이 회사의 물리적인 공간은 여느 게임회사보다 멋들어지고, 만들어내는 제품을 보면 그 어떤 제조업 회사보다 다양하다. 이 회사의 컨셉은 바로 이거다. '융·복합' = NT+IT+BT 그리고, '사람'
 
세상에 없는 차세대 분석기기, 진단기기 등을 만들어내는 회사.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일까. 회사를 들어서면 먼저 '상상만들기'를 위한 포토 공간을 만나게 된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창조의 마르지 않는 샘을 건드리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회사. 나노엔텍의 사무실 곳곳에는 장 대표의 세심한 손길이 살아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초대형 바이오기업 인비트로젠과 초소형 세포분석 제품인 이브(EVE)의 전세계 마케팅 및 유통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며 세상에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나노엔텍.
 
"우리를 삼성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삼성의 후광을 노리기를 바라지만, 바이오산업에서 삼성의 규모는 우리보다 작습니다. 저는 그런 데에 편승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싶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주식시장에 편승하고 싶지 않습니다."
 
장 대표는 올 상반기 삼성 바이오사업부에서 나노엔텍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치솟던 때가 가장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나노엔텍 같은 회사가 한국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위로 삼아 "반도체 가공, IT, 바이오, 나노 기술을 모두 합쳐 실험자, 연구개발자, 의사들이 보다 편리하게 진단·실험·검사를 할 수 있게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낸 기업"으로 자리잡은 나노엔텍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 먼저 나노엔텍을 소개해주시죠.
 
▲ 나노엔텍은 융복합 기술에 근간을 둔 연구개발 전문기업입니다. 반도체 가공, IT, 바이오, 나노 기술을 모두 합쳐 실험자와 연구개발자, 의사 선생님들이 보다 편리하게 진단, 실험, 검사를 할 수 있게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낸 기업입니다. 지난 8년동안 기본 기술들을 꾸준히 쌓아서 120개 정도의 특허를 이미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차세대 분석기기, 진단 기기들이 하나씩 시장에 런칭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제품들을 이용해 보다 편리하게 실험할 수 있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는 젊은 기업입니다.
 
- 설립 당시를 생각해본다면 사실 '융복합 기술'이라는 컨셉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자본금을 모으고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요?
 
▲ 처음에 회사 IR을 하러 가면 서울대 교수가 설명하니까 다들 열심히는 듣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이럽니다. "투자금 회수하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우리가 비상장일 때 벤처캐피탈, 기관투자자, 그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엔젤투자자로부터만 300억원을 투자 받은 거죠. 그후 10원 한 푼 안 벌고 연구개발만 매년 10억원씩 8년을 했죠. 한국에서 벤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돈을 맡기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 분야가 독특해서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10년 이상 투자해야 어느 정도 성과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는 게 기업의 의무 아닐까요?
 
▲ 제일 당황스러운 건 벤처, 바이오 기업들한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단순하고 무지한 질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바이오기업들은 특히 더 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런 질문들을 피해가기 위해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이 딴짓을 한다는 겁니다. 고유 업종, 다시 말해 자기들이 해야할 기술개발 분야가 아닌 유통, 서비스업을 하게 되요. 그건 그 기업을 망가뜨리는 일입니다.
 
- 그렇다면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을 바라볼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 그냥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5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으면, 5년동안 믿고 놔두는 거죠. 아니면 그냥 투자금을 빼면 되는데 빼지도, 믿지도 않으면서 회사를 못살게 구는 게 회사를 망가뜨리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명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해도 개발비로 매 달 10억 이상이 들어갑니다. 당장 그 돈 안 쓰면 이익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안하면 내년을 위한 잠재력을 깎아먹게 됩니다.
 
- 여러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 기계과를 나와서 의대에서 석·박사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이 '엄마의 탯줄 속 세포가 혈류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였는데, 그 세포 속의 단백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는 게 제 논문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실험을 하다 보니 바이오실험에 쓸 수 있는 도구가 불편한 거예요.  그때까지는 10의 5승 개 즉 10만개의 평균치를 보는 게 바이오실험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세포 하나하나를 따질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를 공부하고, 반도체 기술로 세포 하나하나를 보는 기계를 만들게 된 겁니다.
 
- 벌써 융복합 컨셉으로 다양한 기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앞으로 나노엔텍의 모습은 어떨까요?
 
▲ 우리 회사는 MRP(Marketing, Research, Producing)의 일부 밖에 안합니다. 연구개발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작고 강한 회사, 하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가장 많이 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언젠가 정부 자료를 보니 우리 회사를 두고 '이 회사를 담을 그릇이 없다'고 했던데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기업, 우리 같은 기업이 시가총액 1조 기업이 되는 날을 만들어야죠.
 
  
▲ 장준근 대표는 1990년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대 의용생체공학협동과정(공학석사 및 박사) 후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BK 교수, (주)디지탈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지냈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주)나노엔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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