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이동통신3사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할 당시 LTE 대비 속도가 20배 빠르며, 지연 속도는 10분의1로 줄어든, 넓어서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로 5G를 소개했다. 5G 상용화 4년차에 접어든 지금, 5G 속도는 LTE 대비 5배가량 빨라지는 데 그쳤다. 이론상 20배 빨라질 수 있는 5G 대역대 28㎓의 기지국이 500여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통3사가 공동으로 구축한 것을 포함한 수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적은 수의 기지국만 설치됐다. 28㎓ 대역에 대해 마땅한 수익 모델이 현재로선 없어 이통3사는 사실상 투자를 접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3.5㎓, 28㎓ 두 대역대를 동시에 끌고 온 정부 정책에 대해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5G 28㎓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바람직한 주파수 정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9년 4월3일 5G를 상용화하면서 당시 이동통신3사와 정부는 최대 20Gbps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20Gbps는 이론적으로 LTE 대비 20배나 빠른 속도다. 하지만 2020년 8월 5G 상용화 이후 처음 발표된 5G커버리지 및 품질평가에서 이통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Mbps로 LTE 대비 4.1배 빠른 데 그쳤다. 지난해 말 발표된 가장 최근 데이터 기준으로 살펴봐도 이통3사의 5G 다운로드 전송속도는 평균 801.48Mbps로, LTE 대비 5.3배 빠른 수준이다.
5G 속도가 환상의 속도에 머문 것은 3.5㎓ 대역으로 전국망이 구축된 까닭이다. 5G 서비스에 할당하는 주파수는 크게 6㎓ 이하의 중저대역과 24㎓ 이상의 극고주파 대역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5G 주파수는 3.5㎓와 28㎓ 대역이 할당됐다. 주파수는 대역이 넓어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넓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24㎓ 이상 극고주파를 활용할 경우 이론상 5G 최고 속도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8㎓ 대역이어야 20배 빠른 속도 체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파수는 대역이 넓으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도달 범위가 좁아진다. 고주파일수록 직진성이 강해 빌딩이나 가로수 같은 방해물이 있으면 전파가 끊기기 때문에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가리기만 해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28㎓ 대역으로 5G 전국망을 설치하려면 투자비용이 10배는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통업계 의견이다.
현 실정과 무관하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28㎓ 대역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지난해 3월 5G 28㎓ 활성화 전담반을 발족했고, 그해 6월에는 코엑스, 야구장, 문화유적지 등에 28㎓ 기지국을 구축하는 시범사업을 이통3사와 진행했다. 실제 사업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이통3사와 와이파이용 5G 28㎓ 기지국을 2호선 지선 구간에 우선 적용하는 실증을 추진했다. 올해 서울 지하철 본선에 도입을 추진한다. 5G 특화망인 이음5G로도 28㎓ 대역 사례발굴에 나서고 있다.
KT(030200) 주관으로 진행되는 삼성서울병원내 28㎓ 기반 3D 홀로렌즈 의료 교육 훈련을 비롯해 롯데월드 내 28㎓ 기반 몰입·실감형 가상체험 어트랙션을 실증과제로 뽑았다. 다양하게 28㎓ 기반 서비스 사례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생각이다.
이통3사는 6223억원을 내고 각각 28㎓ 대역을 800㎒씩 가져왔다. 하지만 28㎓ 기지국은 공동구축을 포함해 5059개 구축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5G 상용화 4년차인 현 시점에서 체감할 수 있는 28㎓ 대역은 수도권 지하철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 지방의 경우 이마저도 누릴 수 없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는 정부의 5G 28㎓ 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8㎓는 전파 특성으로 인해 관련 장비, 단말, 서비스의 한계가 이미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면서 "28㎓에 투입될 예산을 3.5㎓ 대역에 쏟아 5G 전국망 조기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감사원 감사청구 등 법적 수단도 나설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여야가 힘을 모아 정책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28㎓ 주파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5G 영상콘텐츠를 쏟아냈지만, LTE와 차별화에 실패하는 모습이었다"면서 "28㎓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큰틀에서 28㎓ 정책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년 주파수 할당계획을 발표하기 이전 논의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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