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값 폭등으로 완성체 업체들이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급등하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전날 출시한 연식변경 모델 '더 2023 K5' 판매가격은 24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솔린 모델은 19만~113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56만~167만원씩 올랐다.
기존 옵션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던 일부 고급 편의사양이 트림별로 기본 적용되면서 가격이 인상됐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아이오닉 5의 연식변경 모델 '2023 아이오닉 5'도 기본 모델이 500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행거리가 429㎞에서 458㎞로 늘어나면서 가격은 최상위 트림 기준 380만원이나 뛰었다. 2023년형 투싼도 기존 대비 149만원 인상됐다.
기아 '더 2023 K5'.(사진=기아)
연식변경은 통상 1%대 인상률을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5~7%대를 보이고 있다. 부품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완성자 업체들은 자동차 강판, 반도체 등 여러 부품 가격이 죄다 오르니 자동차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승용·RV(레저용 차량) 국내 평균 가격은 460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도 3791만원으로 12.0% 상승했다. 지난 4월 완성차업계와 철강사들이 올 상반기 차강판 가격을 t당 15만원 인상키로 하면서 차값 인상은 예고돼왔다.
결국 신차 출고 대기기간 중 해당 차종의 연식이 변경되면 계약자가 추가금을 부담하고 차량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출고 대기기간은 길어지고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식변경 모델은 완전변경(풀체인지), 부분변경 모델과 달리 디자인과 성능에 큰 변화가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화 체감도가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 정세 악화 등의 이유로 올해 차량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3~5% 증가했다"며 "계약 당시 소비자들과 약정한 금액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카플레이션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 1차 공급난, 지난해 중순의 2차 공급난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완성차 기업은 적기 생산·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식변경과 함께 차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의 급격한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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