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과 경기침제 우려로 부진한 증시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연이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로 환산된 수출 증가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달러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 위주의 투자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달러 수주를 계약한 기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매출로 인식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신규 체결한 단일판매·공급계약은 총 10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계약금액을 달러로 체결하고 매출비중이 전년 대비 10%를 초과하는 계약은 총 15건으로 집계됐다.
LNG선·컨테이너선 등 선박을 제조하는 조선업종과 위탁생산(CMO),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제약·바이오섹터에서의 공급계약 체결 비중이 대체로 높았다.
매출비중 대비 계약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이오플로우(294090)로 나타났다. 올 7월에만 △이오패치의 생산 및 판매 △당뇨 및 의료기기 납품 등 2건의 해외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오패치 계약은 221만6260만달러(29억973만원), 당뇨 및 의료기기 납품 계약은 59만3000달러(7억7784만원) 규모로 각각 전년 매출 대비 419.7%, 112.2% 규모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해외 공급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의 실적도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로 제품을 판매하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환율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매출액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이지만, 동시에 원화 환산 수출을 증가시켜 이익 전망을 좋게 만든다”며 “주식시장이 이익 전망에 관심을 둘 때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수 하락에 크게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원·달러 환율에 따른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간 실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공급 우위시장 지속과 수출 채산성 확대 등으로 올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현대모비스(012330),
한온시스템(018880) 등 부품사는 원자재와 물류비 등 비용 부담과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로 부진한 실정이 예상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시장 부진 지속됨에 따라, 결국 ‘실적’에 기반한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2분기에도 완성차와 부품사들의 실적 차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으며, 지난 15일에는 132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장중 1320원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물가와 통화정책, 경기침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환율 상단은 135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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